마지막 자존심을 떠나보낸 엄마
저희 엄마는 예쁜 걸 좋아해요
꾸미고서 거울 보는 걸 좋아하시는 건지 예쁜 것 자체를 좋아하시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50살까지는 외출의 대부분을 힐과 함께 하셨어요
그래서 지난주 할머니 생신에도 기어이 힐을 신고 가셨어요
저는 힐이 불편해보여서 걱정했지만요, 엄마는 5센치밖에 안 되는 거라 힐도 아니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할머니 집에 도착하니 발에 물집이 잡히셨더군요..
걸음이라고 해봐야 집에서 지하철 역까지 걸었던 것 뿐인데 발이 힐을 감당하지 못하셨더라구요 ㅠ
엄마는 할머니집에서 연고도 바르고 밴드까지 붙이고나서야 힐을 신고 나온 걸 후회하셨어요
안 그래도 발도 아픈데 어디 면접보러 가는 것도 아닌데 왜 뾰족구두를 신고왔냐고 할머니한테도 혼나셨어요 ㅠ
할머니의 불호령에 엄마도 힐은 이제 다신 안 신는다고 하셨어요
슈퍼를 나가도 간단한 화장 정도는 하던 엄마가 어느 순간 부터는 화장을 안 하셨고, 이제부터는 꾸미는 여자라는 마지막 자존심이었던 힐 마저도 떠나보내게 되셨어요
그렇게 집에 돌아올 때는 할머니가 안 신는 운동화를 빌려서 신고 오셨는데요, 앞으로가 걱정이었어요
지금이야 제가 선물해드린 울트라부스트만 신고다녀서 발이 불편할 일이 없으셨지만요, 겨울에는 추워서 울트라부스트를 못 신고 단화를 신으셨거든요 ㅠ
그렇게 엄마한테는 겨울에 신을 수 있는 발이 편한 운동화가 필요하다는 걸 알아차리게 되었어요
그냥 엄마가 스스로 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요, 저희 엄마는 본인에게 필요한 건 정말 필요해도 돈을 들이는 법이 없는 편이에요 ㅠ
그래서 엄마한테 겨울에 신을 수 있는 발편한 운동화는 제가 사주는 수밖엔 없어보였어요
저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처지인 데다가 겨울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서 엄마한테 맞춤인 신발 상품페이지들을 즐겨찾기에 등록해두고 날마다 세일하는지 확인하고 있어요
그런데 오늘 우연히 에어맥스 97 여자사이즈가 10.9마넌이라는 걸 보고 저걸 사드려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제가 맥스97은 안 신어봐서 겨울에 신기 괜찮은지, 발이 충분히 편한지 모르겠어요 ㅠ
그래서 세랴에 맥스 97후기를 물어보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얘기가 길었네요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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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