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순위 

KIA : 두산 - 질려고 발악한 경기를 잡은 이유

 
8
  756
Updated at 2024-04-02 09:52:35

오늘 KIA는 무려 9개의 볼넷과 4개의 실책을 저질렀습니다. 이 정도 수치면, 경기를 지는 게 정상이죠. 한 경기에 4개의 실책, 그리고 기록되지 않은 실책성 플레이(김선빈의 병살 실패 등)까지 '질 수밖에 없는 경기력'이었죠. 심지어 상대도 지난해 4승 12패로 철저하게 발린 두산 베어스였습니다. 선두타자 볼넷만 해도 3차례나 나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실점은 2실점 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김도영의 실책이었죠. 1사 만루 상황에서 허경민의 강습 타구였는데 엄청 빠른 타구도 아니고 평범한 땅볼이었는데 그걸 알 까면서 2실점이 됐죠. 정확히 잡았더라면 무사 만루 삼중살도 가능했을 타구였습니다. 

 

이유를 찾자면 찾을 수 있습니다. 일단, 오늘 날씨가 쌀쌀해서 선수들 손이 얼어 있었을테고, 선수들도 알죠. 지난 시즌에 두산에 너무나도 약한 모습이었다는 것을요. 추운 날씨, 심리적인 불안감 등이 겹쳐서 많은 실수가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지난 시즌 두산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게 아니라 경기 중반까지 이기더라도 후반에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면서 지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여기에 두산과의 첫 경기라서 더 긴장한 것도 있었을 겁니다. 여기서 밀리면, 시즌 내내 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선수들을 지배했을 것 같고요.

 

 

불펜이 이렇게 좋아도 되는 거?

 

'제발 져!' 라고 투수는 볼넷을 남발하고, 야수들은 실책을 남발했음에도 경기를 잡은 이유는 '스터프'의 힘입니다. 오늘 KIA 투수들은 무려 12개의 삼진을 잡았습니다. 게다가 이 삼진이 아주 적재적소에 나왔죠.

 

1회부터 이의리의 제구 난조로 불안하게 경기를 시작했을 때, 정수빈이 2루로 뛰다가 아웃됐고(이 장면이 오늘 경기 유일한 호수비입니다.ㅋㅋ) 그래도 볼넷으로 주자를 채웠을 때, 양의지와 김재환을 삼진으로 잡으면서 초반 위기를 넘겼죠. 여기에 4회 무사 만루 상황에서 최근 타격감이 엄청 좋고 KIA만 만나면 미친 듯이 치는(KIA전 3대 악마 - 허경민, 조수행, 강승호) 강승호를 삼진으로 잡으면서 1차 위기를 넘겼죠. 김도영의 실책만 아니었으면 이의리 챌린지 성공이었을테고, 이어서 볼넷을 또 내줬지만 박준영도 삼진으로 잡으면서 위기를 넘겼습니다.

 

임기영도 볼넷 허용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또 다시 강승호를 삼진 잡으면서 위기를 넘겼고, 곽도규 1개, 최지민 2개(오늘 나온 투수 중 공이 가장 좋았음), 전상현 1개 등 적재적소에 나온 삼진이 실점을 막았습니다. 역시 투수는 삼진을 잡을 줄 알아야 합니다. 오늘처럼 야수들이 정줄을 놓았을 때는 삼진만큼 효과적인 게 없죠. 그리고 현재 KIA 불펜은 다들 삼진을 잡을 줄 아는 결정구가 있습니다. '작년의 정해영'은 이 부분이 부족했지만, 드라이브 라인을 다녀온 '올해의 정해영'은 삼진 잡을 줄 아는 투수가 되었죠.

 

정해영이 오늘 불안하긴 했지만, 사실, 정타는 1개 밖에 없었어요. 바로, 마지막 아웃 카운트인 김재환의 2루 땅볼이죠. 굳이 하나 더 찾자면 정수빈의 우측 파울이었는데, 이게 만약 페어 지역으로 들어왔으면 블론 확률이 컸을 겁니다. 하지만 이 정수빈을 아웃으로 잡은 게 바로 정해영의 업그레이드된 포심의 힘이었죠. 바깥쪽 높게 좋은 움직임을 보이면서 위기를 벗어났습니다.

 

문제는 한승택의 볼배합이었어요. 정수빈을 하이 패스트볼로 삼진 잡은 게 뇌리에 박혔는 지 계속해서 그 코스로만 투구를 유도하다가 볼이 많아졌죠. 지금 정해영은 하이존 높은 볼로 던질 필요 없이, 하이존 높은 스트라이크존에 넣는다는 생각으로 던져도 됩니다. 그럼 굳이 서서 받을 필요가 없어요. 미트를 조금 높게 들면 되죠. 타깃이 흔들리니 정해영의 볼도 쓰잘데기 없이 늘었습니다. 조금 더 자신있게 적극적으로 존에 넣을 필요가 있고, 오늘 같은 볼배합은 자주 안 봤으면 좋겠습니다.

 

 

득점 루트가 있는 타선

 

오늘 알칸타라의 1회 공을 보고는, 점수 내기 쉽지 않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150km/h을 상회하는 빠른 공이 보더라인에 팍팍 박히고, 포크볼이 존 근처에서 툭툭 떨어지는데다가 날리는 공이 하나도 없더군요. 솔직히, 오늘 초반 공만 보곤 차라리 페디가 던지는 게 공략이 쉽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알칸타라의 위력적인 투구를 이겨낸 건, '최원준'이었습니다. 3회 1사 이후에 바깥쪽으로 절묘하게 받아 쳐서 좌측 2루타를 치고 나갔고, 아무래도 연타로 점수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과감하게 3루 도루를 시도했는데 이게 통했죠. 물론, 박찬호가 알칸타라의 높은 몸쪽 빠른 공을 잘 받아치면서 2루에 있었어도 득점은 가능했을 것 같은데, 주자가 3루에 있으면 아무래도 투수가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최원준의 빠른 발이 승리의 초석을 닦아다고 봐야 합니다.

 

4회에는 강승호의 미숙한 수비와, 역시 한 베이스 더 가는 최형우의 주루, 그리고 이우성의 땅볼 때 2-3루 사이에 최형우가 협살에 걸렸지만, 이우성의 2루 진출을 돕는 주루 플레이까지 보여줬죠. 오늘 경기는 야수 쪽에서 이우성, 최원준의 활약과 최형우의 주루 플레이 덕분에 잡을 수 있었습니다. 상대 투수가 강할 때는 연타를 치기 쉽지 않고 결국, '한 방'이나 '빠른 발'이 필요한대, 큰 잠실에서는 한 방 야구보다는 빠른 발이 득점 확률을 높이는 전략이죠. 

 

자주 이야기했지만, KIA의 라인업 구성이 좋은 이유가 '한 방 있는 타자'와 '빠른 발의 타자'가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30홈런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나성범, 두 자릿 수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소크라테스, 최형우, 이우성. 여기에 30개... 아니 40개 이상의 도루를 기대할 수 있는 박찬호, 김도영, 최원준이 있다는 것은 KIA 타선이 가진 가장 큰 장점입니다. 달리 말하면 '1점을 쥐어짤 수 있는 타선'이라는 것이, KIA 타선의 가장 큰 강점으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선수 단평]

 

  • 박찬호 - 결승타는 돋보였지만, 나머지 타석에서는 너무 무기력했다.
  • 김도영 - 내일은 최원준과 자리를 바꾸길... 공수에서 최악의 모습.
  • 소크라테스 - 존재감 0
  • 최형우 - 저 덩치에 저렇게 날렵할 수가...?
  • 이우성 - 박찬호의 좋지 못한 송구도 받아 내고, 3개의 안타도 치고, 나성범 빈 자리를 매우고 있음.
  • 김선빈 - 수비는 불안하기 짝이 없었지만, 타석에서 악마 같은 모습을 보여주다.
  • 이창진 - 컨택은 떨어지지만, 선구안은 확실히 뛰어남. 쐐기 타까지 굿.
  • 김태군 - 1회 정수빈을 잡아낸 것만으로도 할 일 다 함
  • 한승택 - 1군에 왜 둬야 하는 지 증명하지 못 하다.
  • 고종욱 - 너무나도 완벽한 공에 당함.
  • 최원준 - 벌써 3개째 장타. 이젠 1번이나 2번으로 올려도 됨.
  • 이의리 -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 모습 그대로.
  • 장현식 - 150km/h 빠른 공은 쉽게 공략당하지 않는다.
  • 임기영 - ABS 때문에 올 시즌 고생 좀 할 듯, 그래도 여전히 살아 있는 체인지업의 움직임
  • 곽도규 - 점점 1군 주축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 최지민 - 오늘 최고의 공을 던진 사나이.
  • 전상현 - 오늘 나온 투수 중 가장 경제적으로 타자를 잡아 냄(11개로 3아웃)
  • 정해영 - 날씨가 추워서 구속이 덜 나온 거 맞지? 그래도 145km/h가 어디냐.
17
Comments
2024-03-29 23:05:48

이의리 제구는 언제쯤 잡힐지..
제구만 잡히면 국대 에이스인데

OP
2024-03-29 23:13:13

양현종도 한 5년 볼질하다가 제구 잡혔으니 이의리도 한 5년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2
2024-03-29 23:38:56

못고칠거라고 생각했는데 양현종 생각하니 좀더 속아볼까 싶기도 하네요

2024-03-29 23:08:18

한준수는 계속 못나오던데 부상인가요?

OP
2024-03-29 23:13:38

아직, 신뢰를 못 주는 것 같습니다. 이범호 감독이 시즌 초반에는 베테랑을 조금 더 선호하는 것 같고요. 

Updated at 2024-03-29 23:11:15

오늘 5회에 계투 가동하는거 보고 이범호감독이 오늘 경기를 꼭 잡겠다고 하는구나 싶더라고요. 계투들이 완벽에 가깝게 막아주고, 타자들도 두점 쥐어 짜내면서 투자 많이한 경기를 이기고 가네요. 굉장히 피곤했지만 의미있는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OP
2024-03-29 23:14:33

아마, 작년에 두산에 크게 밀린 것 때문에 첫 경기는 무조건 잡고 시작하자는 생각에 과감한 결단을 보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게 어찌됐든 통했으니 선수들이 내일 경기부터는 긴장 덜 하고 자신있게 경기에 임했으면 좋겠네요.

1
2024-03-29 23:11:16

오늘 처음 티비로 진득하니 봤는데, 기계로 삼진콜 나오니 불필요한 감정 소모 없어서 넘 좋네요 ㅋㅋㅋㅋ

올 시즌은 많이 못보고 경기 결과만 볼 것 같은데 초반에 승 많이 쌓아서 편하게 갔음 좋겠슴다 ㅠㅠ

OP
2
2024-03-29 23:15:02

경기 결과 보고 제 리뷰 보시면 되겠네요. 

1
2024-03-29 23:38:02

이보시오 항상 그러고 있소!!

1
2024-03-29 23:19:57

한승택 이제 치웠으면 좋겠어요. 포수 필요한 팀에 적당히 픽이나 유망주 받고 처분하는게 교통정리하기 좋을 것 같아요. 긁을만큼 긁어봤는데 한준수 밀어주는게 훨씬 나아 보입니다.. 의리는 3년동안 어째 비슷하냐;;;

OP
2024-03-29 23:22:40

한승택에게 무슨 매력이 있길래 감독들이 자꾸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1
2024-03-29 23:24:11

정해영 전광판에는 149까지 찍혔습니다ㅜㅜ

OP
Updated at 2024-03-29 23:36:05

어쩐지… 그럴 것 같았네요 스포티비는 스피드건 어케 좀 해야…

2024-03-29 23:28:31

기아와 한화의 양강구도 ㄷㄷ

OP
2024-03-29 23:36:20

엘지도 1패만 한 ㄷㄷㄷ

1
2024-03-30 08:38:15

불펜파와 ㄷㄷ
승택이는 마지막 기회엿길 바래봅니다

이우성은 사랑입니다
해영이 구속 안나와서 뭐지햇는데 다행이네요…

글쓰기
검색 대상
띄어쓰기 시 조건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