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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 윤종신 - 잘 했어요 (With 정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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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07-31 23:38:38

 

이 노래는 윤종신의 실화를 담고 있는 노래입니다. 당시 발표되었던 음반의 속지를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정말 견디기 힘든 지난 한 해였다. 일은 일대로 풀리지 않고 가슴은 답답하고. 그런 모든 고민들을 털어놓고 얘기 나눌 사람은 이미 나를 떠난 지 오래고. 잊으려고 여러 사람 만나 보기도 하고 좋아하려고 사랑하려고 애써봤지만 그럴수록 내 자신이 민망하고 창피하고. 그런 99년을 하루 남겨두고 그녀의 결혼 소식을 들었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냥 그렇게 잊어가는 것 같았는데. 멍하니 처음 만났던 청담동 카페 근처를 이리저리 돌다가 성진이 형 스튜디오를 찾았다. 혼자서는 그날을 보내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술 기운이 어느 정도 올랐을 때 난 태어나서 가장 서럽게 울어댔다. 멍청하게, 볼품없게, 지저분하게. 내 가사 속에선 그렇게 아름답게 표현하려고 애썼던 그 눈물은 결코 아름답지 못했다.

 99년 12월 30일에 전여친의 결혼 소식을 듣고 12월 31일에 쓴 가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인가 가사 한 줄 한 줄이 마음을 아리게 합니다. 윤종신의 찌질한 가사 중 가장 정점에 서 있는 노래가 아닐까 싶네요.

 

원곡이 참 좋지만 그 안의 감성이 슬프다 못해 우울의 늪으로 들어가는 듯해서 요즘은 조금 더 절제된 정준일 버전을 즐겨 듣습니다. 원곡은 듣다 보면 그 처연함에 제가 파묻히는데 정준일 버전은 그래도 조금은 건강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듯해서 편안한(?) 마음으로 듣습니다.

 

우리 다들 건강하게 살아요. 밥도 잘 먹고 운동도 하고 씩씩하게.

 


그대 잘산다고 소식 들었죠
그때의 그 사람과
그토록 원망했던 그대 선택
잘 했어요

나 역시 좋아요
그대 덕분에 나를 알았죠
너무나 쉽게 무너져 버리는
나를 알게 해주었고

어쩌면 돌아오지 않을까
날 잊긴 힘들 거야
그대의 잘못된 선택이길 비는
비겁한 날 알았죠

떠올리지 마요
그대 옛 사랑은
너무나 못난 사람이죠
추억이라 하면서 가끔이라도
내 생각은 정말 안 돼요

이제 만들어 가요
그대들의 추억을
내 탓에 늦게 만났지만
나도 잘살 거예요
또 아파하기엔
이젠 날 좀 사랑하려 해

떠올리지 마요
그대 옛 사랑은
너무나 못난 사람이죠
추억이라 하면서 가끔이라도
내 생각은 정말 안 돼요

이제 만들어 가요
그대들의 추억을
내 탓에 늦게 만났지만
나도 잘살 거예요
남은 내 사람들도
나도 모두 잘살 테니까

건강해요 

6
Comments
1
2022-07-31 23:45:17

공일오비 정석원이 꼽은 역대 최고의 찌질 가사였던...

OP
2022-07-31 23:47:45

역대 최고의 찌질 가사 중 하나로 꼽힐 만하지요. 이에 비견할 만한 곡은 '나의 안부'나 '아침' 정도가 있겠네요. 물론 다 윤종신의 노래입니다. 

 

그런데 정석원도 그런 말을 할 처지는 아니지 않나요? ㅋㅋㅋㅋㅋㅋㅋ 이 양반도 가사가 한 찌질하시는데... '그녀의 딸은 세 살이에요'라든가 제목이 찌질한 '5월 12일' 같은 노래를 보면 이 양반도 찌질력이 초고수인데

2022-08-01 01:16:13

'아침' 은 진짜 슬프죠 ㅜㅜ


OP
2022-08-01 20:14:22

윤종신 5집 후반부 트랙이 하나하나 주옥 같죠. ㅠㅠ

2022-08-01 01:17:28

 

동앨범 수록곡인 

'모처럼' 이 참 담담하게 슬프던데

윗글을 보니 가사랑 매치가 되네요~

OP
2022-08-01 20:14:59

아마 위의 글에서 '처음 만났던 청담동 카페'에 간 일이 모처럼의 모티브가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 곡도 참 슬프죠. 헤어지고 이 음반 참 많이 들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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