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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개인적으로 보는 삼국지 인물 평가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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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1-04 23:05:56

정사, 자치통감, 후한서 등의 옛 역사서들과 현대 학계 논의 등을 기반으로 현재까지 나온 평가들을 종합하여 제 개인의 사견을 약간 첨부하여 쓰는 잡설입니다. 사실 유비, 조조에 관해서라면 원체 유명한 사람들이라 굳이 뭐 했는지 일일이 기재할 필요는 없고 간략히 '그래서 그런 정도의 인물이다' 평가만 할 생각이지만 원소, 원술 따위의 인물들은 왜 그래서 그런 인물인건지를 서술하느라 꽤 길게 늘어질(심지어 손권 정도 인물에 대해서조차도) 잡설글이 될 것 같네요.


 

 

유비 - 협객*의 무리를 능수능란하게 수족처럼 다루어서 맨주먹으로 지방 왕조나마 황제의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의외로 능구렁이 같은 계산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으나 무엇보다도 주목할만한 역량은 미약했던 세력을 유지하여 대국적인 스노우볼링을 굴리기 위해 고난의 행군을 마다하지 않는 인내력. 특히 그 미약한 전력을 고스란히 유지하여 전국적으로 명성있는 군사 집단으로 키워내고 관우, 장비는 이미 유비가 유표에게 의탁할 시점부터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리던 입장이었음. 유비의 시작 전력 규모와 그 체계가 진란, 뇌박 따위의 도적떼와 하등 다를 것도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는 유비의 조직 관리 능력도 잘 엿볼 수 있는 부분.

 

동시에 인재를 보는 안목이나 포용의 그릇은 나쁘지 않았고 도겸, 여포, 원술, 원소, 유표 등의 훨씬 우위에 있던 군웅들을 거치면서도 그들 산하에서조차 흡수당하지 않은 채로 생존하고 자신의 세력을 유지한 부분은 아주 높게 평가해야만하는 요소. 이 기반이 '의리'에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왜 과거 사람들이 유비의 음흉한 면모에도 불구하고 유비를 '인의지사'로 여겼는지 잘 이해할 수 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세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군주 개인 역량이 많이 필요함을 고려하면 그러한 군사, 내정 역량으로는 종합적인 수준 면에 있어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위대한 군주들에는 많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아쉬운 인물이기도 함. 사실 역설적으로 이것이 그가 연의라는 소설의 주인공으로써 적격인 이유이기는 하지만.


*(좋게 말해서 협객인거고 이걸 현대 기준으로 말하자면 그냥 '조폭식 의리' 기반 구성 집단이라는 건데 물론 동서고금 비정규 군벌집단 군사권력이 이 범주에서 벗어난 형태로 시작한 경우는 별로 없긴 합니다. 조조의 시작도 따지자면 '혈족'이라는 개념이 더 첨부된거지 결국 하후씨-조씨의 군사 친위를 기반으로 형성한 무력을 수반하여 군벌 정권을 구축한 것이구요.)

 


 

조조 - 조부의 재력을 기반으로 중앙 관리로써의 커리어를 밟다가 난세로 흘러가는 상황을 보고 빠르게 머리를 굴려 낙향, 조씨+하후씨의 토후 군사적 지지를 기반으로 성장한 군벌. 순수하게 군주로써의 역량만 놓고 보자면 삼국지를 다루는 시기에 있어서 가장 통일 왕조를 이루기에 걸맞는 능력자였음은 분명함. 원소와 마찬가지로 한실의 충의지사 코스프레를 통해 무수한 인재*들을 기용하는 우수한 정치감각을 선보이는 것 또한 백미. 군사적 역량에 있어서는 원체 잘 알려진 인물이기도 해서 딱히 언급하는 것이 사족이라 하겠으나 적벽대전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전쟁을 부분적인 전투에서 밀릴 지언정 승리로 이끌어갔던 점에 있어서 전략가로써의 면모도 출중하고 전술가로써도 오소 전투 등에서 보여준 면모를 볼 때에 상당히 탁월한 지휘관.

 

그러나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격정적인 면모(조조는 코에이식 이미지와는 달리 굉장히 감정 표현을 숨기지 않는 사람이었지요)로 인해 대국을 누차 그르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절제 능력에 문제가 있었고, 내정에서 적절한 인재 기용과 체계 구축, 행정망 재구축 등의 준수한 역량을 보이긴 했으나 동시에 장기말로 '버리기 쉬운' 자들만을 제거하고 버리기 힘든 구 후한 귀족, 호족 집단은 그대로 운용함으로써 대국적인 신왕조 통치 체계 재구성보다는 당장의 행정 편의만을 바라는 국정 통치 스타일로 그저 후대가 왕권 강화를 성공시키길 바라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 계획적이지 못한 왕권 확보에 관한 기도메타 등등 여러 요소들이 조조가 유방, 양견, 이세민, 유수, 주원장 등의 한 시대를 개창한 인물들에 비하면 한 두 티어 아래 그릇의 인물임을 드러내고 있음.

 

*(한실 재흥이라는 명분 기치 하에 몰려든 무수한 인재들과 하급 관리 인력이 바로 조조 최고의 자산 가치였고 그 정점인 협천자는 위에서 언급한 기존의 '조폭식 의리' 기반 구성 집단의 군벌이던 조조에게 제대로된 정부 체계를 손에 넣게 해줄, 그야말로 조조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의 사건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최고 중요 군사 직책들은 그러한 명분은 상관없고 only 조조 지지를 천명하는 혈족 집단에게 돌아가고 있었다는 것부터가 조조 역시 결국 원소, 동탁, 유표와 마찬가지로 기회주의적인 군벌임을 드러내는 요소이고 이미 헌제나 공융 등은 이를 간파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합니다.)


 

 

손권 - 유비에 관해 언급했던 '조폭식 의리' 기반 지방 군벌집단의 표본이라면 사실 손견과 손책의 무리들이었다고 할 수 있음. 유비는 황족 대접도 제대로 안해주는 전한 황족 혈통이라곤 해도 어쨌든 그 혈통을 십분 이용한 프로파간다를 통한 인재 수집, 이를 기반으로 대국적인 마스터플랜(삼국정립, 중원정벌)을 제시할 명분이 충족되어 산하 인재들도 모두 그것에 수긍함으로써 따라서 세력이 일정 궤도에서 벗어난 시점부터는 저열한 군벌집단 수준에서 벗어나 정규 정부 체계를 구성하는 것에 성공하였으나 손견, 손책의 무리들은 그러한 명분 기반 자체가 존재하질 않아 조조처럼 협천자를 이루어내는게 아닌 이상 저열한 군벌집단의 체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한계점을 보유.

 

이는 결국 손견이 원술의 충견으로 움직인 이유이며(독자 세력을 확립할 명분적 정당성 X) 그나마 손견보다 더 강한 물리력(영토, 군사력)을 확보한 손책이 원술의 울며겨자먹기식 황제 참칭을 기회삼아 간신히 독자 세력 독립화를 이루어낸 것인데 문제는 손책의 허도 공략과 협천자가 성공하지 않는 한, 손책의 정권 역시 사상 누각의 명분없는 지방 군벌, 말하자면 장서, 한수, 공손도 따위의 무리들과 별 반 다를 바 없는 존재였다는 것. 그나마 공손도는 후한 정부로부터 받은 정규 직책이라도 있었지 손가의 경우는 그저 한수, 마등 따위와 다를 바 없던 괴뢰 집단 그 자체, 이런 수준의 정권을 남기고 급사한 손책의 뒤를 이어 어떻게든 호족 집단 사이를 컨트롤해가며 규합하고 연계시켜 비록 느슨한 형태로나마 '정규 정부화'시킨 손권의 업적은 간단하게 '내정을 잘했음' 수준으로 치부하고 넘어가야할 사항이 아님.

 

손권의 호족 컨트롤과 괴뢰 수준의 정권을 유지하여 이를 정규 정부화하는 역량은 수준급의 정치 감각을 제대로 보여주는 부분이고 비록 떡대만 촉한에 비해 컸을 뿐 내부적인 정치 체계 틀은 촉한, 조위에 모두 미치지 못하는 손오의 정부 체계 한계성을 감안하더라도 어찌되었던 무부 손견의 군사집단으로 시작한 졸개들을 가지고 그만이라도 만든 것 자체가 손권이 매우 유능했음을 시사.(외형 틀은 손책이 만들어주었지만) 그러나 나름 훌륭한 일신의 무용과는 별개로 군사지휘, 군사안목 역량은 상당히 저열한 수준이었고 난세의 군주에게 있어 이 역량 부족은 그야말로 치명적이었고 이것이 손오 자체의 명분 부족(지방 정부가 중국 통일을 부르짖을 명분을 가지지 못한 상태. 당연히 호족들이 손오가 추진하는 북벌에 호응할 이유가 적어짐.)과 맛물리면서 손오의 군사력은 자체 역량보다 이하의 수준으로만 발휘될 수 밖에 없었음.

 

이것이 손권이 더 뻗어나가지 못한 결정적 요인이기도 함. 특히 말년에 벌인 정신착란적인 행각들은 왕권강화를 위한 의도적인 행보들이 종종 엿보인다는 점을 참작하더라도 손오의 내부적 붕괴 단초 제공이라는 측면에 있어 그가 '손제리'라 신나게 욕 먹는 이유가 될 수 밖에 없음. 딱 지방 정부에서 끝날 세력의 시조로써는 걸맞는 수준의 군주.

 

 

 

원소 - 비중 공기인 연의는 소설이니 넘어가고 정사에서도 아무래도 조조 최대의 적이라 각 잡고 원소를 까던 친조위 성향의 진수에 의해 우유부단의 표본으로 평가절하당하였으나 범엽의 후한서 기록들을 통해 재평가를 받은 인물,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훌륭한 군사, 정치 역량에 관한 재평가이지 그의 그릇, 인간성에 대한 재평가는 아님. 범엽은 애시당초 원소, 유표를 싸잡아 '역적의 무리'로 확실하게 규정하고 있으며 실제로 그 둘 모두 매우 기회주의적이고 자신들의 군벌적 지방정부를 효과적인 명분 없이도 정규 정부화하려는 태도를 보였으며 당대에 이미 그로인해 공융 등에게 '역적의 무리'로 시사되어지던 존재.

 

가문의 얼자로써 아무런 가문 지원 없이도 이미지 코스프레를 성공시키고, 지방관 행정 능력을 선보이며 착실하게 커리어를 밟아 자신의 능력만으로 당대 중국의 아이돌(빈 말이 아니라 삼보의난 직전 시기만 해도 원소는 전 중국의 충의지사 아이콘 그 자체였음)이 되어 엄청난 규모의 인재들을 빨아들이고 강대한 군사력을 지닌 군벌집단들(흑산적, 장양, 공손찬 등)을 하나둘 군사적 역량으로 제거, 거기에 자신보다 물리력이 강했고 군사적 역량도 우위에 있던 공손찬을 정치적 능력의 압도적 격차를 기반으로 야금야금 발라버려 하북을 날로먹는 수완을 보여줌. 이렇듯 순수하게 군사, 내정, 모략 등의 역량의 수준과 밸런스만 놓고 보자면 삼국지 시기에 있어서 조조 이상으로 중국 통일에 적합한 인물이었으나 그릇에 문제가 있던 인물로 지나치게 기회주의적이며 음험하고 위선적인 야심가였고 그러면서도 협천자에 실패한 것은 명분이야 어찌 되었든 명백한 실책.

 

유우를 헌제를 대신하여 사용할 장기말로 본 판단력은 나쁘지 않았으나 유우의 인간성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했다는 부분이 뼈 아픈 실책으로 작용하여 대국을 그르쳤으며 사실 관도대전은 대국적 관점으로 보자면 협천자를 기반으로 정규 정부를 구성하기 시작한 조조에게 자신이 아직 물리력 우위를 점하고 있는 판도를 이용해 마지막 쇼부(;)를 던져본 정치적 수이기도 했음. 원소 개인의 건강이 그 시기에 굉장히 안 좋았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와 맛물려 원소가 관도대전에서 평소와는 달리 그리도 조급하게 굴며 단기전을 서두른 이유를 엿볼 수 있음. 원소는 조조를 내버려두면 가후가 평하였듯이 결국 협천자의 이점으로 '정규 정부'를 구성한 조조가 원소의 세력을 능가하는게 시간문제라고 판단했기 때문.


그러나 이유야 어떻든 간에 결국 원소는 마지막 수에서 모든 것을 그르쳤으며 창정 전투에서도 패하고 급사하고 가문 후계 구도 문제로 자신의 세력이 아들들의 후계 분쟁으로 분열하여 결국 모조리 조조에게 패망하여 역사의 패배자로 남아버림. 후계 구도에 있어서 원담을 호적에서까지 팠으면서 청주에 자체 세력을 구축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원소의 정치 감각이 비판을 받고는 하는데 사실 원소는 가문의 얼자라 가문원 다수가 적장자인 원술을 지지했지 원소를 지지하진 않았던지라 조조와 같은 믿고 맡길만한 혈족 군사 보위 집단이 없다시피 하였고 난세의 군벌 난립 시기에 이것은 치명적인 약점 그 자체였음. 그 와중에 그나마 그 원가 사람들 대다수조차도 동탁에게 학살당하면서 모조리 증발.

 

물론 원소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위선자로 이마저도 자신의 충의지사 코스프레에 이용하는 정치 감각을 보였지만 장기적으로 이는 원소가 자신의 친위 세력으로 믿고 맡길 주변 인재가 전무한(특히 정규 정부화하지 못한 지방 군벌정부에게 이는 필수 중의 필수) 상황으로 이어졌고 결국 조카인 고간, 호적에서 파버린 장남 원담까지도 그 능력과 친족 혈연 관계가 아쉬워 내치지 못하고 각 지역에 원가 친위세력으로 부임시킬 수 밖에 없었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었음. 이는 원소가 끝까지 원담을 기용한 이유이자 주기적으로 자신의 호족 내지 외지 출신 부하들을 써먹고 토사구팽했던 이유로도 작용함.(여포, 국의, 전풍 등. 왜냐하면 호족, 외부 인재를 쓰고 나서도 위신과 세력을 얻은 그들을 억제할 친족 군사 보위 집단이 있어야하는데 이게 미비하므로. 물론 전풍의 경우는 그런 부분보단 그냥 조급해진 원소 개인의 감정이 더 곁들여진 경향이 보임.)


결국 그릇에 약간의 문제점이 있던데다 당대에도 위선자 논란이 있던 인물이고 난세에 있어 군벌에게 필수적인 친위 보위 집단이 원소에게 없었다는 점은 원소가 최종적으로 실패하는 원인으로 작용. 능력은 출중했으되 결정적인 상황에서의 불운, 믿고 맡길만한 친족 세력의 부재(유비의 경우는 그야말로 의리 그 자체로 관우, 장비를 친족 세력에 가까운 형태로 운용해버림), 만기친람식 독선적 태도와 위선자로써의 행보 등 복합적인 이면을 가지고 결과적으로 혈통적 한계(얼자)를 극복하지 못한 선상에 있는 인물. 조조와 비슷한 급의 인물이지만 친족 집단 보위 세력의 유무가 결정적이었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함.




원술 - 이복 형 내지 사촌 형(추정)인 원소에 비하면 그 군사, 내정 역량은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형편없는 수준의 인물이지만 적어도 난세가 어떻게 돌아갈 건지에 대해서 대충 대국을 바라보고 전략안을 내놓을 정도의 수준은 되었던, 즉 딱 난세의 군웅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정도의 역량은 있었던 인물. 그러나 원술 역시 원소만큼은 아니다 뿐이지 군벌정권에 필요한 친족-조폭식 의리 군사 보위 집단이 부실하다는 문제점은 동일하게 가지고 있었음. 원가 족벌 집단 대부분이 가문의 적장자 원술 지지파였음을 고려하면 원가 족벌 집단 전체가 동탁과 이각/곽사 무리의 손에 피난 가기도 전에 모조리 붙잡혀 끔살당한 것은 원술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뼈아픈 요소였던 것으로 여겨짐(원소에게도 손실이라면 손실이겠으나 그들 대부분은 원소가 아닌 원술에게 갔을 사람들이므로). 그렇다고 이를 타개할 개인 역량은 있는가하면 그건 또 모자랐던 인물.

 

그럼에도 원가의 적통이라는 당대 최고 귀족 브랜드를 얼자인 원소와는 달리 원술은 십분 활용할 수 있었기에 원소처럼 온갖 개고생을 하며 충의지사 아이돌 자리에 올라 인재를 끌어모을 수고조차 할 필요도 없이 원가의 적자로써 후한을 재건할 미래의 주춧돌(;) 노릇을 기대받아 많은 인재들을 남양에서 자체적으로 수급이 가능했으며 그것이 원술이 남양 내정을 개판치며 남양을 자신의 군사력 증대를 위해 쪽쪽 수탈하면서도 동시에 남양에 주둔함으로써 그 군사력을 날려버릴 수도 있는 동탁 세력과 정면 대치하는 위험 부담을 감수한 이유 중 하나로도 여겨짐. 이런 점을 고려할 때에 의외로 대국을 바라보는 전략안은 분명히 가지고 있었음.


특히 왕예에게 하극상을 저질러 그냥 죽여버린 손견의 군재를 눈 여겨보고 낙동강 오리알 도적패 신세로 전락하게 생겨 안절부절하던 손견에게 손을 내밀어 사실상 손견과 그의 군사집단을 그저 원가의 개로 만들어버린 점도 원술의 역량이며 이는 많은 사람들이 '손견이 원술을 이용했다'라고 착각하는 부분일 뿐(주로 코에이식 편견적 묘사에 의해), 원술과 손견의 관계는 사실 약점 잡힌 부분이 많은 손견이 일방적으로 원술이 원하는대로 놀아나준 수준일 뿐이었음. 손견의 우수한 군사적 역량을 이용해 마음껏 세력을 넓힌 원술은 손견이 여러 미디어 매체 묘사와는 달리 사실은 전투 하나만 기똥차게 잘하는 근육뇌 무부에 가까운 인물이었음을 고려할 때에 손견을 이용해 대국을 잡았을 수도 있으나 원소-유표 라인에 덤벼들다 손견이라는 패를 유표에 의해 잃어버리는 큰 손실을 겪었으며 이후 원소와의 대국 게임에서 경쟁하다 패배.

 

남양에서의 모든 것을 쥐어짜 대군을 가지고 있던 원술은 원소 라인을 통해 야매 연주 통치자로 등극한 조조를 '정식 연주자사 김상을 옹위한다'라는 아주 좋은 명분으로 칠 수 있었고 조조를 쳐없앤다면 원소의 오른팔(당시까지는)이던 조조를 제거하고 중원을 원술이 장악함으로써 원소 라인 VS 원술 라인의 대국 게임에서 우세를 점할 수 있었겠으나 조조에게 일방적으로 군사적 역량으로 밀리던 원술은 수적 우위에도 개박살이 났고 이후 자신의 잔당 세력을 이끌고 회남으로 이동, 회남의 지배자이던 황실 종친 진왕 유총은 자체적으로 10만 대군을 거느린 세력으로 원술이 감히 이기기 어려운 상대였고 아마도 유총이 원술을 제거했다면 조조는 유총을 상대해야했겠으나 원술은 어찌어찌 유총을 암살하고 그대로 회남 입성을 성공시키고 유훈 등의 토착 세력들을 포섭하여 회남 전역을 장악.

 

이후의 건은 다들 알다시피 조조가 협천자를 성공시키자 사실상 자신이 독립 세력을 유지해야할 명분 자체가 없던 원술은 조조의 '역적 제거' 명분을 통한 첫번째 타격 대상일 수 밖에 없었고 이에 부하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독립된 세력으로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를 확보하기 위해 무리한 황제 참칭을 행했던 것으로 단순히 원술이 황제병에 걸려서 참칭했던 것은 결코 아님. 결국 원술은 이를 하지 않으면 조조 밑으로 가던, 원소 밑으로 가던 해야했기 때문이며 그렇다고 중원인 회남을 벗어나 전력을 다해 강동으로 간다는 것도 알아서 지방 정권으로 도태되겠다는 의미인데 이를 스스로 택할 이유도 없었음.

 

어쨌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원술의 개 노릇을 하긴 했지만 독립의 기회를 노리던 손책은 자신의 군사 집단으로 강동을 집어삼킨 시점이라 원술의 칭제를 독립 명분의 기회로 삼아 원술을 한실 역적으로 몰고 자신이 역적 산하에 있을 수 없음을 명분 삼아 사실상 독립. 원술은 차츰 고립되고 결국 조조에게 밀려 패망하였는데 말년의 기록들을 유추하면 사실상 모든 것이 끝났음을 알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포자기성의 태도를 보임.


이러한 행보들을 종합적으로 결론내리면 나름의 대국을 보는 눈도, 나름의 전략안도, 준수한 야망도 모두 있었지만 세부적으로 이를 이행하고 성공시킬 역량이나 노하우가 너무 미달하는 인물. 간단히 말해서 전설적인 복서 마이크 타이슨의 명언 '누구에게나 계획은 있다. 쳐맞기 전까지는' 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인물이며 난세 군웅으로써 한 가닥할 정도가 한계점인 군주였다고 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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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Updated at 2019-12-13 02:32:30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유비가 인의의 인물이지만 요즘 보면 약간 조폭식이었다는 거에 동의하네요.

근데 수많은 패배와 고난의 행군에도 핵심들은 계속 지키면서 결국 성공했다는 점이 매우 신기한 유비의 능력입니다.

OP
2019-12-13 02:38:25
유비가 현대에 조폭 했으면 원래 통수와 배신이 일상사인 레1기 천지 조폭 업계에서도 대성했을 겁니다. 원래 같아도 유비를 보위하던 군사집단이 유비를 떠나가고 배신할만한 상황은 진짜 많았는데 유비 보위의 핵심 인력들은 전부 끝까지 유비를 배신하지 않았죠.

이를 볼 때에 사람을 휘어잡는 수준의 매력 포인트가 있지 않았나 싶고 이점이 유비의 시작이 근본적으로 조폭적 의리를 기반으로 하는 저열한 군벌 군사 집단이었음에도 끝까지 살아남아 정규 정부를 구성한 저력, 즉 '인의'로 표현되는 요소이지 않나 싶습니다.
2019-12-13 02:40:59

라이트하게만 접하던 입장에서 쓰신글 읽어보니까 엄청 흥미롭네요

후속도 기대하겠습니다!

OP
2019-12-13 02:42:30

다음편 부터는 정말 마이너한 친구들이라 아마 유표가 메인일 겁니다 ㅋㅋㅋ

OP
2019-12-13 02:59:33

생각해보니 제갈량, 사마의도 있긴 하군요 ㅋㅋ 사마의는 그 아들들이랑 같이 평해야 맞아서 사마씨 편으로 따로 다뤄야할 지경이긴 합니다만서도

2019-12-13 03:19:21

삼알못이라 재밌게 읽었습니다

OP
2019-12-13 11:29:45

재밌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

Updated at 2019-12-13 04:05:34

조조가 서주대학살만 안했어도 유비의 촉은 없었을꺼라고 보네요

OP
Updated at 2019-12-13 11:40:09
서주대학살의 경우 조조가 그냥 자기 감정되는대로 별 생각없이 저지른 짓이었고 그 대가는 두고두고 톡톡히 치뤄야했지요.

사실 비단 서주대학살 뿐이 아니라 조조는 자신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군사 거점 확충, 군비 증강을 위해 산하 여러 지역들에 강력한 수탈을 일삼았고 비록 이 경우들은 서주대학살과는 달리 계산된 행동이었기에 적어도 조조 본인의 세력 확충에는 크게 도움이 되긴 했으나 비단 서주 이외의 백성들도 조조를 좋아했는가 하면 전혀 그렇질 못했지요.

유비가 유씨 황족 혈통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조조 본인이 행한 이와 같은 업보 때문에 향후 1500여년 가까이 조조는 역사의 악당 네임드로 전락해야했으니 뭐 어찌보면 자업자득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사실 조조가 후한 말부터 뿌리깊게 내려져오던 대호족, 귀족 집단을 우대해주며 그들을 억제하지 않았던 것은 거의 '못'한 것이라고 봐도 좋아요.

민심은 뭐만 했다하면 쉽게 반 조조 정서를 풍기며 요동치는데 정규 정부를 구성해가는 조조에게는 그런 백성들을 안정적으로 다독이고 통제하기위한 '행정 편의'가 무엇보다도 절실했고 대호족, 귀족들과의 연계는 그런 점에 있어서 필수였으니. 이미지 코스프레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해서 백성들에게 민심은 좋았던 원소는 그런 눈치를 볼 필요가 없으니 철권을 휘두르며 호족들 써먹는대로 숙청해버리고를 반복했죠.

조비, 조예가 사마의를 기용하기 시작한게 실수네 어쩌네 하지만 조조가 시작시킨 저런 조위의 체계는 그저 시간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제 2의 사마의, 사마사 나오기에 충분한 체계였습니다. 조위의 체계를 거의 고스란히 답습한 사마씨의 서진은 조위와 같은 행보를 걷지 않기 위한 반작용으로 극단적인 황족 우대, 황족들의 지방 군권 강화를 시행했으나 이는 팔왕의 난으로 이어지고 who sad~

여담으로 저 후한 말부터 뿌리 깊게 내려져온 귀족, 호족 집단은 조위를 거쳐 남조의 지배층으로 그대로 이어지고 북조 왕국들(과는 이민족 씨족 족장 출신들 지배층과 혼인, 혼혈 개시)에서도 지배 계층 자리를 거의 유지합니다. 결국 남북조가 통합된 수, 당 시기에 이르러서도 관롱 집단(북조 이민족 고위 씨족 출신 지배층 + 토착 한족 귀족, 호족 혼혈로 형성된 신 귀족)으로 그 명맥을 이어갔구요. 주전충이 당 멸망 시기에 당 귀족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도륙하면서 마침내 그 명맥이 끊어진 셈입니다. 이를 생각하면 후한 귀족들의 명맥과 생명력이 얼마나 강력하고 질겼는지 알 수 있는 셈이지요.
2019-12-13 04:12:04

잘 읽었습니다 혹시 다음편에 강유도 있나여

OP
2019-12-13 11:41:20

강유는 다음 편에는 나오지 않을 것 같긴 한데 어쨌든 써볼만한 인물이긴 하지요 :) 아주 매력적인 인물이긴 합니다.

Updated at 2019-12-13 07:34:07

잘 읽었습니다 추천!

OP
2019-12-13 11:41:31

재밌게 읽으셔서 감사합니다 :)

2019-12-13 08:20:10

오호대장군, 하후형제, 악진, 이전, 장료 등등 기대해도 될까요?? ㅎㅎ

OP
2019-12-13 11:42:27

오호대장군격 중에서도 관우는 거의 따로이 다루어야할 범주긴 한데 어쨌든 다룰 생각이긴 합니다 :) 사실 지도자급들이라 평이 길어지는거고 장수급들은 평이 꽤 짧을 수 밖에 없어서 비슷한 범주의 지휘관들과 함께 묶어서 평가하는 케이스도 좀 있을 것 같네요

2019-12-13 09:13:56

드릴건 그저 추천뿐...ㄷㄷㄷ

OP
2019-12-13 11:42:59

이런 잡설글에 추천이라니 감사합니다 ㅋㅋ :)

2019-12-13 09:36:19

재밌게 잘읽었습니다 ㅎㅎ

OP
2019-12-13 11:43:08

재밌게 읽으셔서 다행입니다 :)

Updated at 2019-12-13 09:40:53

역시 유비의 매력이란....

코에이에서도 유비 매력 100깔고 가죠ㅋㅋㅋ

그런데 여러모로 다운그레이드 유방 같아요

중요순간순간 판단력이나 밑에 따르던 집단들의 퀄리티 차이보면서 그렇게 느꼈습니다

좋은글 추천드려요!

 

OP
2019-12-13 11:45:39
다운그레이드 유방이기도 하고 당대 사람들에게 유비가 한중왕 선포하던 시기는 그야말로 유방의 재림처럼 느껴졌을 것이 분명합니다. 조조 말년 최대 위기이기도 했죠.

차이라자면 유방은 한중 뿐만이 아니라 진나라 생산력의 원천이던 관중(장안을 위시로 한 옹/양주) 전체를 먹고 있어서 관중과 한중, 촉의 생산력을 모두 운용 가능했으나 유비는 한중, 촉만 가지고 있었다는 것. 이게 결정적인 차이였다고 생각하네요.

물론 삼국지 시기의 관중은 동탁, 이각/곽사가 원체 개판을 쳐놔서 진나라 시절 관중과 동등한 급의 생산력을 기대하긴 어렵긴 했습니다만서도 적어도 관중이 있고 없고 차이가 유비가 쓸 수 있는 전력에 적어도 기존 수준의 최소 절반은 더 보탤 수 있었을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차이점이었다고 할 수 있지요. 미리 종요 보내놓고 마초를 눌러서 관중을 절반 정도나마 먹어낸 조조의 선견지명이 작용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2019-12-13 10:31:38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신다면 육손에 관한 글도 한 번 써주시길ㅎㅎ

OP
1
2019-12-13 11:47:07

육손도 당연히 들어갈 것입니다 :) 삼국지 시리즈 장수제플이면 육손 자주 플레이하기도 하는 편이라 나름 정감도 있는 캐릭터이죠 ㅋㅋㅋ

2019-12-13 11:41:40

 주유, 육손 기대합니다:) 

OP
2019-12-13 11:47:29

아마 주유, 육손은 세번째 편 정도에서 다루지 않을까 싶습니다 :)

2019-12-13 18:30:07

굉장히 잘 분석하셨네요!!

OP
2019-12-13 20:23:21

저는 그저 약간의 사견을 달았을 뿐입니다 히히

2020-08-20 09:13:51

이런 개꿀 컨텐츠를 이제 보다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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