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건을 보고 나서 느낀 몇가지 소감 (586세대 그리고 그들의 주니어)
저는 조국 사건정리 거의 최초부터하고 여러 커뮤니티에 뿌리고 다녔으며 극렬 여당지지자분들과 키배를 떴던 사람입니다. 어제 주변 형님, 어르신들과 스터디하고 나서 맥주 한잔하며 조국 이야기하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랴 회원분들과도 함께 이야기해보고자 몇글자 적고자 합니다.
1. 이 문제는 보수-진보, 여당-야당 프레임으로 봐서는 안된다.
오늘 홍카콜라가 뜬금 맞는 말을 했죠. 조민양 뿐만 아니라 여,야 정치인 자녀들 털어보면 무수히 나올거라고. 솔직히 다들 공감하실거고 사실이 그렇습니다. 대기업에도 인맥 잘타서 말만하면 서류패스정도는 쉽게 할 수 있죠. 대학교 수시. 제일 처음 도입된 그 해 연대 사정관 남편이 공개 트윗으로 실언을 해서 한번 난리났던 적이 있었죠.
그 이후로 여러가지 안전장치가 생겼지만 대다수 586마인드가 딱 저 정도입니다. 인적 네트워크, 사회적지위를 이용해서 보이지 않는 이득을 취하는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어차피 상부상조 품앗이하는거고 다들 암암리에 하는거니까 크게 문제될거 없다는 의식이 있습니다. 달콤한 부정적 이득에 취해서 양심마저 고장난 사람들 정말 많습니다.
한국사회가 점점 병들어가고 윗물에서 점점 경쟁이 없어져가는데 이런 풍토가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번을 기회로 이런 풍토를 징벌하고 정화할 계기로 삼아야 하는데 아직도 좌우 여야 프레임으로만 이 사태를 바라보는 분들이 많아 걱정이 큽니다. 특히 "사법개혁을 위해서 대승적차원에서 조국 임명하자" , "개인의 도덕성보다는 내정자의 조직운영관리능력을 먼저 봐야한다" 이런 글들 읽을때마다 머리가 아픕니다. 한국이 어쩌다가 최소한의 선마저 사라졌나 한탄스럽고 나는 왜 긴 세월 아둥바둥 살았나 후회가 될 정도에요.
2. 586세대의 비정상적인 독주
잠깐 다른 얘기로 가서 국민연금 얘기 좀 해볼게요. DJ 정권때 본격 전국민에게 도입된 국민연금. 당시만해도 장밋빛이었던 국민연금 수령가능성은 2019년 현재 2030세대는 돈 100원이나 받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을 하게 될 정도로 낮아졌죠. 국민연금 운영측면에서도 비판할 부분이 있겠지만 가장 큰건 90년대 00년대 거치면서 인구기대수명이 급격히 늘어난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그 혜택을 가장 크게 본게 586세대죠.
더 젊은 육체를 더 오래 가질 수 있게 되었고 그들이 은퇴 후에도 사회에서 일하는게 당연하게 생각하는 풍토가 자리잡으면서 경제적 소득도 더 많이 가져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있는 사람, 뭐라도 가진 사람 한정으로) 그로 인해 젊은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승계되었어야 할 자리와 돈들이 상당히 많이 586들에게 묶여 있습니다. 요즘 나오는 은퇴교사를 제2담임으로 재취업 시키는 제도도 그렇고 은퇴한 후에 어디 이사로 재취업해서 연봉 몇억 받더라 이런 케이스 하나하나가 젊은이들 자리 뺏는거라고 봅니다. 특히 임원 재취업하는건 비정상적인 오버헤드코스트만 늘리고 인적네트워크를 통해 기업이 편익을 취하는 아주 나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장 내 경쟁을 말살시키는 반시장적인 행태라고 생각해요. 기업간에 경쟁이 박터져야 소비자도, 구직자도, 현직자도 더 많은 선택지가 생기고 협상력이 생긴다는 입장인데 지금 사회주도권을 쥐고 있는 586세대들이 자신들끼리 짬짜미해서 이러는건 한숨만 나옵니다.
3. 이제 곧 586 주니어의 시대가 온다. 자리 못잡은 30대~40대 초반은 긴장해야 한다.
기사 보니 조민양이 09년에 고2였다고 하니 92년생으로 추측됩니다. 정상적으로 의전원 생활을 했다면 사회에 갓나온 초년생이었겠죠.
아마 조민양보다 더 일찍 사회로 진출한 586 주니어들도 꽤 많겠죠. 그리고 앞으로 더 많아질겁니다. 해외대학에서 있던, 혹은 로스쿨 같은데 있던 586 주니어들이 사회로, 시장으로 몰려오겠죠. 그리고 586들이 대입, 전문직합격, 입사할때 쓰던 비슷한 방법으로 자리를 차지해 나갈겁니다.
특히 대학 인문학계통 정교수 임용은 이미 상당부분 진행이 되었습니다. 정교수 임용은 해당과 교수님들의 입김이 상당히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더 쉽죠. 현재 30대 초중반 젊은 교수님들 줄줄이 탄생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분들이 실력만으로 그 자리가셨을까요? 인적네트워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겠죠. 원래 힘든 처지였고 시간강사법 이후로 더 몰릴대로 몰린 인적네트워크 없는 자리 못잡은 30대~40대 초반 시간강사들은 더 척박한 곳으로 몰릴겁니다.
법조계 같이 점점 시장이 포화되는 전문직종도 비슷하겠죠. 요새 강남 출신 자제분들 판검사 임용 비중이 점점 높아진다고 합니다. 소위 메이저 5대 로스쿨 나와도 네트워크가 없어서 노력한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노무사, 세무사, 법무사도 점점 시장이 포화가 되어가고 있는데 비슷한 일 벌어지겠죠. 어차피 자격증은 다 있는거고 공부 어느 정도해서 외적으로 성적만 받쳐주면 기왕이면 다홍치마식으로 선발될겁니다. 누가 감히 문제삼겠습니까? 조국도 저렇게 해먹어도 청문회 해야해서 겨우겨우 털었는데.
한 기자분 말씀으로는 다음 총선 겨냥해서 이대 로스쿨 출신 586주니어 변호사분들께 전화가 많이 가고 있다고 합니다. 여성계에서 그들을 전략적으로 총선에 꽂아보겠다는거죠. 이미 지난번 지선에서는 아예 법무법인 여직원이 당선되는 일도 있었는데 변호사에 얼굴되고 586 네트워크+여성계 푸시 받아서 자기당 우세지역에서 당선되는게 뭐 그리 어려울까요?
이런식으로 586들은 586주니어들에게 조용히 지위세습을 하고 있습니다. 위로 올라갈 희망을 잃은 사회는 고여서 썩어갈 수 밖에 없죠. 어느 동수저, 흙수저가 도전을 하려하고 대한민국이라는 시스템에 충성을 할까요?
4. 반격을 위한 청년들의 언어마저 없다.
인문학 강사를 하시는 형님 말씀처럼 "80년생들은 대입때는 586한테 논술배우고, 대학가서는 586작가들 책을 읽고, 사회 나가서는 586 노예가 된다. 40대들은 586 가방모찌하다가 인생 끝나게 생겼다." 는 블랙유머를 하시더군요.
웃프지만 완전 틀린 말은 아니죠. 유시민(59년생) , 김어준(68년생) , 전우용(62년생), 황교익(62년생), 설민석(70년생) 등 전현직 깨시민들 바이블 제조기들이죠. 이분들 한때는 혹은 지금도 많이 빨립니다. 지상파, 종편 프로그램에서 시사, 정치, 역사, 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거의 다 저 나이대 분들이 합니다. 그들의 펜끝에서 만들어진 말과 언어들이 인터넷 여론을 좌지주지하곤 했죠. 다들 60년대 그 언저리입니다.
반대로 80년 90년생 중에 기억나는 작가나 스피커 있으신가요? 저는 그나마 1명 비슷하게 떠오릅니다. [82년생 김지영] 작가 조남주씨(78년생). 메이저, 마이너할거 없이 스피커들 중에 자수성가한 사람 거의 없고 죄다 있는집 주니어들이죠. 메이저 언론사 기자, PD 상당수도 있는집 주니어들일겁니다.
현실이 이러니 진짜 8090년생들의 이야기는 조용히 묻힙니다. '노오오오력' 프레임 이거 하나 깨는데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모릅니다. 스피커가 없으니까 언론전 여론전 자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언제쯤 우리만의 언어로, 말로 싸울 수 있을지....
점점 대한민국의 발전동력이 꺼져가는데 그게 단순히 최저임금, 정치행정의 무능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경쟁이 없는 시장, 경쟁이 없는 사회는 그냥 죽은 사회죠. 그 누구도 혁신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에 혁신은 없죠. 각자도생하기 위한 치열한 사투만이 있을 뿐. 기득권 586들의 민낯을 까발리고 척결하지 않고 제대로 된 사회개선이 되지 못할거라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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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류의 얘기는 사실 10년전부터 나오기 시작한 건데 으르신들 박정희 자녀 챙겨주는거 부터 상환하느라 타이밍이 또 어긋났네요...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