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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진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것과 별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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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2 10:44:08

하승진의 문제의식 자체에 공감하는 것과 별개로 '한국 농구가 재미 없는 이유'를 '감독들이 창의적인/개인기 위주의 플레이를 할 기회를 안 줘서'라고만 평가하고 넘어가는 건 좀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감독들이 왜 창의적인 플레이를 안하게 하느냐?'라는 질문으로 가야하는데, 현재의 KBL에서는 그게 승리를 보증해주는 공식이 아니기 때문이죠.

  

'KBL이 수비 농구를 강조해서 재미가 없다'는 분석이 꽤 있는데(KBL이 수비라도 잘하냐고 하면 그것도 잘 모르겠는데), 일리가 있는 얘기이긴 해도 수비나 팀원간 협력을 강조하는 농구가 꼭 재미 없는 농구라고 생각진 않습니다(제가 DB 팬이라 그런가..). 

    

KBL이 재미 없다 느끼는 건 수비 농구를 강조해서라기보다 수비 농구라는 하나의 주류 전략을 파훼하는 다른 전략이 도드라지게 연구, 실행되지 않는 데에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런 전략의 연구, 실행이 이루어지지 않는 건 2차적으로는 감독과 코칭 스태프의 열정 부족에 원인이 있지만, 1차적으로는 그런 전략이 성립 가능하겠구나, 하는 영감을 줄 수 있는 정도로 뛰어난 개인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명백히 그 책임이 있습니다.


작금의 프로스포츠 판도에서 포커스를 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KBL 선수들 중에 훌륭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있고, 자신이 프로라는 것에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끼는 선수들도 무척 많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 선수들 또한 너무 많다는 데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왜 그렇지 않은 선수들이 리그에 많은가?라는 질문에 다시 닿게 되는데, 1) 제공되는 선수 풀이 적고, 2) 구단 운영이 프로의식을 고취할 정도의 배경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인 것 같습니다.

 

1)에 대해서는 원론 이외에는 별다른 처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손대범, 박세운 기자 같은 분들은 생활 체육에서의 저변 확대 같은 얘기를 하시던데 상당히 공감했습니다). 


반면, 2)와 관련해서는 분명한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KBL이 '팬들이 주인인 리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프론트가 오너한테 잘하면서 자기 말 잘듣는 사람 선임하고, 선수 시켜주고, 문제가 있어도 귀 막고 모르쇠 하면 잠잠해집니다. 어차피 팬들 관중 수입으로 먹고 살지도 않고, 팬들 여론이 무섭지도 않고, 윗 전 눈치만 적당히 보면서 뉴스 터지지만 않으면(뉴스 터져도 밀어부치면 결국 조용해 집니다.) 자기 왕국을 유지하는 데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습니다. 최근 6개월 사이에 정말 기도 안 차는 일들이 연속해서 터졌지만 누가 관심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KBL에선 프로스포츠로서 가장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명예 정신, 정당한 승리를 향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 열정 같은 것들을 팬들은 쉽게 느끼기 어려운 것입니다.

 

다만 이 국면에서 선수들은 더 정진해야 하고, 국농에 관심이 있는 팬들은 '선수들 정신이 썩었네 KBL 안봄'이라고 하기보단 그렇게 노력하는 선수들을 주목하고 리그에서 벌어지는 엽기적인(...) 일들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리그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네요. 우선 바닥을 찍었고, 야구가 기울기 시작했고, 무엇보다도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는 선수들이 많아서 이 리그가 꽤 잘 되지 않을까 합니다..

 

최근에 재밌게 본 KBL 유튭 클립 몇개 링크하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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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07-22 10:48:49

저도 동감동 합니다.
100퍼센트 지도자 탓으로 돌리는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OP
2019-07-22 10:55:42

선수가 잘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얘기라 안한 것 같기도 하고요

2019-07-22 10:53:16

하승진이 100% 모든 걸 정확히 정답을 내놓을 거라 기대하진 않지만

이런 문제의식, 공론화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 생각하고 그 용기와 고뇌의 흔적에 박수를 보내고 싶더라고요

OP
2019-07-22 10:56:30

맞습니다. 깊은 애정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말이라 리그 팬으로서 감동을 받게 되더라고요.

2019-07-22 10:53:47

지도자 탓을 한 이유는 아마도 프로씬만 따진다기보다는 선수 전반적인 농구인생이 학원스포츠부터 출발하는데 그때부터 이어진 고질적인 병폐를 언급하다보니 그렇게 된게 아닐까 싶네요

OP
2019-07-22 10:59:16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 부분의 연결점도 있겠네요. 프로가 이기는 농구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데 유소년의 농구가 즐거운 농구라는 이념을 추구하고 있는지는 심히 의문이네요. 어떤 스포츠든 그게 근간이 되어야 할텐데 말이죠.

2019-07-22 10:57:45

하승진선수 이번 유튭 클립은 거의 대놓고 현 농구판 저격이라 좀 걱정되기도 합니다. 감독 팀 선수까지 쫌만 파면 다 나오는 인물들이라..
내부고발자에 너그럽지 않은 우리나라 특성상 잘 넘어갔으면 좋겠네요

OP
2019-07-22 11:04:02

워낙 엉망인 상태라 이런 얘기 했는지도 모르거나 알아도 하든가~ 말든가~ 하지 않을까 싶네요

2019-07-22 11:26:32

암만봐도 전창진 저격같은 느낌이긴 합니다.

 

산 훈련 좋아하고 주접 떤다 수준의 저급한 단어 쓰는거나....

Updated at 2019-07-22 11:38:54

그냥 선수들 기량이 떨어지니 유사농구 안본다는 상황인건데 하승진 얘기는 선수 입장에서 전술 자체가 그런식으로 돌아간다는 일종의 변명인거죠. 이대성의 봉인해제와 비슷한 맥락의..

팬들은 선수들 기량자체를 지적하는것인데 선수입장에서 '우리가 모자라서 그래요'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그런 개인기량 연마나 표현이 억압되는 학원스포츠와 프로농구 전반을 깐거라고 보면 되지않을지..

2019-07-22 11:42:45

애초에 경쟁자가 느바라서 그렇죠. 매일 느바경기를 하나씩 볼수있는데 크블 볼일이 뭐가 있을까 싶네요. 농구만큼 선수 수준 극명하게 나뉘는 스포츠도 없구요

2019-07-22 12:06:04

아직도 크블 보는 사람으로써 백번 공감가는 말이였습니다.
저는 유재학이 아무리 우승 많이 시켜도 제대로 된 감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함지훈 테이프사건인데 다른 스포츠에 비해 농구는 너무 권위적인 면이 많고 선수들이 감독 눈치 보는게 경기중에도 보입니다. 그리고 용병제도도 너무 많이 바뀌고요.
대표팀 수당 이야기도 나왔는데 요즘 농월준비한다고 모여서 훈련하는 선수들 수당이 하루 6만원이랍니다. 하승진 선수가 말한 지원상태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요

2019-07-22 12:10:37

농구선수들 인터뷰나 유투브보면 선수들도 이제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스스로가 뭔가를 해보려고 하는데 솔직히 반등할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축구는 대표팀은 아직까지 인기가 있어서 리그가 반등하는데 영향을 주지만 농구는 한달뒤에 월드컵 있는거조차 아는 사람이 극소수일정도로 국대도 인기가 없어서...

2019-07-22 12:54:21

농구뿐 아니라 타 종목에서도
수비나 팀웍을 강조하는 스타일은
일반 관중들한테는 재미가 없죠

2019-07-22 13:26:01

국제무대에서 어필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프로스포츠라는 점에서 국대 성적을 중요시하는 분위기상 인기회복에 한계가 있을거라고 봅니다만 (90년대 같은 인기의 정점은 이제 없지 않을까 하거든요) 그래도 잘만하면 배구인기는 다시 따라잡을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19-07-22 13:33:28

근데 경기일정이 빡빡해서 선수들이 지쳐있다는것도 매출요소라 경기수 줄이면 당장 선수들 파이도 줄게 되지 않나요. 뭐... 그런것까지 감안하면 건드리기 쉬운 문제는 아닌듯

2019-07-22 13:56:34

경기수도 경기수인데 훈련시간이 문제라는 것도 있죠. 휴식이 없어서 정작 본게임에서 퍼포먼스가 안나온다는거니까.

 

야구처럼 팬들이 혹사가지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어필을 해야하지 않나... 로이스터 같은 제대로 된 외국인 감독이 와서 유재학 농구와 대척점에서 성적을 내고 휴식을 강조해야 바뀌지 않을까 싶네요.

2019-07-22 15:47:40

유럽처럼 챔스가 있는것도 아니고 팀이 엄청 많은게 아니라서 경기수가 많은가 싶네요 그렇다고 원정거리들이 엄청나게 긴것도 아니고요

OP
Updated at 2019-07-23 00:07:30

축구와 달리 농구는 연일 경기나 퐁당퐁당 일정으로 경기를 하는 경우도 많고, 한국농구처럼 선수 풀이 좁은 곳에서 현재의 일정은 토사장 외에는 누구에게도 좋지 않다고 생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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