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진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것과 별개로..
하승진의 문제의식 자체에 공감하는 것과 별개로 '한국 농구가 재미 없는 이유'를 '감독들이 창의적인/개인기 위주의 플레이를 할 기회를 안 줘서'라고만 평가하고 넘어가는 건 좀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감독들이 왜 창의적인 플레이를 안하게 하느냐?'라는 질문으로 가야하는데, 현재의 KBL에서는 그게 승리를 보증해주는 공식이 아니기 때문이죠.
'KBL이 수비 농구를 강조해서 재미가 없다'는 분석이 꽤 있는데(KBL이 수비라도 잘하냐고 하면 그것도 잘 모르겠는데), 일리가 있는 얘기이긴 해도 수비나 팀원간 협력을 강조하는 농구가 꼭 재미 없는 농구라고 생각진 않습니다(제가 DB 팬이라 그런가..).
KBL이 재미 없다 느끼는 건 수비 농구를 강조해서라기보다 수비 농구라는 하나의 주류 전략을 파훼하는 다른 전략이 도드라지게 연구, 실행되지 않는 데에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런 전략의 연구, 실행이 이루어지지 않는 건 2차적으로는 감독과 코칭 스태프의 열정 부족에 원인이 있지만, 1차적으로는 그런 전략이 성립 가능하겠구나, 하는 영감을 줄 수 있는 정도로 뛰어난 개인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명백히 그 책임이 있습니다.
작금의 프로스포츠 판도에서 포커스를 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KBL 선수들 중에 훌륭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있고, 자신이 프로라는 것에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끼는 선수들도 무척 많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 선수들 또한 너무 많다는 데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왜 그렇지 않은 선수들이 리그에 많은가?라는 질문에 다시 닿게 되는데, 1) 제공되는 선수 풀이 적고, 2) 구단 운영이 프로의식을 고취할 정도의 배경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인 것 같습니다.
1)에 대해서는 원론 이외에는 별다른 처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손대범, 박세운 기자 같은 분들은 생활 체육에서의 저변 확대 같은 얘기를 하시던데 상당히 공감했습니다).
반면, 2)와 관련해서는 분명한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KBL이 '팬들이 주인인 리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프론트가 오너한테 잘하면서 자기 말 잘듣는 사람 선임하고, 선수 시켜주고, 문제가 있어도 귀 막고 모르쇠 하면 잠잠해집니다. 어차피 팬들 관중 수입으로 먹고 살지도 않고, 팬들 여론이 무섭지도 않고, 윗 전 눈치만 적당히 보면서 뉴스 터지지만 않으면(뉴스 터져도 밀어부치면 결국 조용해 집니다.) 자기 왕국을 유지하는 데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습니다. 최근 6개월 사이에 정말 기도 안 차는 일들이 연속해서 터졌지만 누가 관심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KBL에선 프로스포츠로서 가장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명예 정신, 정당한 승리를 향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 열정 같은 것들을 팬들은 쉽게 느끼기 어려운 것입니다.
다만 이 국면에서 선수들은 더 정진해야 하고, 국농에 관심이 있는 팬들은 '선수들 정신이 썩었네 KBL 안봄'이라고 하기보단 그렇게 노력하는 선수들을 주목하고 리그에서 벌어지는 엽기적인(...) 일들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리그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네요. 우선 바닥을 찍었고, 야구가 기울기 시작했고, 무엇보다도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는 선수들이 많아서 이 리그가 꽤 잘 되지 않을까 합니다..
최근에 재밌게 본 KBL 유튭 클립 몇개 링크하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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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동감동 합니다.
100퍼센트 지도자 탓으로 돌리는건 아니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