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량과 성과는 구분되어야 합니다
많은 선수 비교글에서 의견이 엇갈리거나 파이어가 나는 주된 이유는 이 둘의 구분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누가 더 좋은 선수인가요? 의 기준을 누구는 기량으로, 누구는 성과로, 혹은 두가지를 모두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이 둘의 반영 비율의 차이와 그것에서 오는 괴리감 때문에 말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죠.
기량은 출중하지만 성과가 미진한 선수들은 정말 많습니다. 로이스나 해리 케인이 대표적이고 손흥민도 이젠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급수가 되었죠. 이탈리안으로만 따져도 토티, 데로시, 챔스한정 부폰 등이 줄줄이 언급될 수 있습니다. 사실 이쪽 예시는 제가 비슷한 이야기를 할때마다 매번 쓰는 레퍼토리라 좀 진부함을 느끼실 수도 있지만요.
반대로 기량에 비해 과분한 성과로 평가받는 선수들도 많습니다. 박지성의 커리어를 타이틀로만 치환해서 이야기한다면 이쪽의 예시가 될 수 있고, 사실 박지성뿐 아니라 이것은 팀 전체에 해당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애초에 팀 전체의 영광을 단 한명이 가져가서 업적으로 세워두는 것 자체가 아주 무의미한 일이죠. 부폰이 나바스보다 못해서 챔스 결승전에서 졌겠습니까. 네이마르나 음바페가 뮐러나 코망, 나브리보다 못해서 준우승을 한 것은 아닐 겁니다. 뒤집어서 바이언의 우승이 레반도프스키나 뮐러가 네이마르, 음바페보다 좋은 선수라고 단정지을만한 충분한 근거는 못되겠죠. 실제로 레비나 뮐러가 더 나은 선수인게 맞다고 해도 말입니다.
하지만 해당 대회에서 레반도프스키나 뮐러, 혹은 코망이나 나브리마저도 네이마르나 음바페보다 좋은 성과를 낸 것은 사실입니다. 바이언 선수들은 PSG보다 더 나은 시즌을 보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개별적으로도 말이죠.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성과 차원에서 해야하는 이야기이죠. 이걸 기량이나 선수 퀄리티의 영역으로 끌고오면 이야기가 달라져야 합니다. 냉장고가 이뻐서 삼성전자에 투자해 더 좋은 투자수익률을 올린 부인이 재무제표를 분석해서 분산투자한 남편보다 주식에 능하다고 할 수 없듯이요.
그리고 이것으로 인해 발롱도르 같은 개인 수상여부가 결정된다면 그것 역시 기량의 척도로 사용되는 것은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스네이더가 그 발롱도르를 탔더라도 그 시즌 메시보다 더 좋은 선수였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보거든요.
얼마전에 KDB가 제라드를 넘으려면 뭘 어떻게 해야될까라는 게시글에 무수한 우승컵들이 댓글로 달린 것을 보고 개인적으로 의아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일반적으로 따져서 KDB가 챔스에서 우승을 할만큼 맨시티의 에이스로서 좋은 기량을 보였을 것이다 라는 의미를 함축해서 이야기하신거라 생각하지만, 대뜸 우승컵 하나가 생긴다는 것 그 자체로 KDB의 수준이 바뀐다는 것은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우승을 해도 지난 시즌보다 못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스털링과 수비진이 캐리한 챔스 우승이라면 KDB의 위상은 별로 달라지지 않는게 맞겠죠. 반대로 준우승이라도 정말 할 것 다하고 승부차기까지 다 넣었는데 팀원들이 다 날려먹어서 졌다고 한다면 비록 빅이어를 장식장에 넣어두지 못하더라도 그의 위상은 위로 조정되는 것이 맞을 겁니다.
물론 이러한 기량은 수치적으로 표현되지 않고, 개인 기량을 질적인 차원에서 독립적으로 체크하는 것은 매우 고차원의 직관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짧은 글로 여러명을 설득시켜야하는 상황에서 적합한 근거로 써먹기는 힘든 일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들은 아마추어니까 그럴 수 밖에 없을겁니다. 뭐 어쩌겠습니까. 역대급 펩 바르셀로나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당시에도 메시가 사비에스타빨이다, 사비에스타가 메시빨이다를 두고 싸우는 의견들이 있었던 걸요.
하지만 적어도 적절한 차원에서의 논의를 이어가는 노력이라도 하는 것이 우리가 아마추어의 관점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입장이라도 좀 건설적인 토론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량과 성과의 정확한 구분은 그런 차원에서 적절한 발걸음이 될 수 있겠죠.
글쓰기 |
네이마르 음바페는 잘못된 예시인게 명백히 네이마르 음바페는 뮐러 나브리보다 커리어내내 월등한 퍼포먼스를 보였기때문에 더 좋은 선수라고 평가되죠.... 단순히 한 시즌 팀성과로 갈리는게아니고..
KDB하고 제라드/램파드도 KDB가 2~3시즌은 제램보다 쩌는 퍼포먼스 보여줬다고해도 커리어내내 램제만큼 잘할지 의문이고요.
솔직히 만능성과주의는 아닌데 기량이 비등비등하면 성과로 판단하는거고 올타임급 선수로 군림할려면 성과가 있어야죠. 그런면에서 월드컵없이 펠마메로 불리는 메시가 대단한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