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밀란이 무시당하고 얕보일 팀이었나?
아래 글 저격이라서 조심스럽습니다만, 동의하지 못하겠는 부분이 있어서 써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현승희님 덕분에 좋은 자료 많이 보고 있고 감사함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다만 이 부분에 있어서 동의하기 어려워서 쓰는 글일뿐, 현승희님에 대한 개인적 감정은 전혀 없으니 오해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역사적으로 강팀간 매치업에서 한쪽의 큰 점수차 승리로 끝난 경기들이 이따금씩 있는데, 그건 특이한 예외적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2014 브라질 - 독일이 7대1 점수차만큼의 전력차도 아니었을테고, 같은 멤버로 10번 100번을 붙었다 한들 7대1이라는 결과가 또 나올 확률은 거의 0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찬가지로 1994 밀란, 바르셀로나가 다시 붙었다 한들 밀란이 4대0으로 승리할 확률은 매우 낮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바르셀로나가 이길 확률도 상당히 높을 것이구요.
- 그런데 다른 경기도 아니고 챔스 결승인데, 상대를 얕본다는 이야기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챔결 매치업 중 가장 전력차이가 컸다고 여겨지던게 04-05 밀란-리버풀이었던 것 같은데, 그 때 밀란도 경기 지고 상대를 얕봤다느니, 전반 끝나고 샴페인 터뜨렸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당사자들은 전부 부정했죠.)
만약 실제로 챔스 결승인데 상대를 얕보고 무시했다면 그 팀 구성원 전체의 프로 의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리그 우승해서 축제하고 놀자판으로 하다가 3일 뒤 챔스 결승 망쳤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시즌 리버풀처럼 30년만에 리그 우승한 팀이면 그럴수도 있겠다 하겠는데, 그 당시 바르셀로나는 4년 연속 리그 우승팀이었습니다. 해마다 하는 리그 우승 즐기다가 당시 기준 한번밖에 우승 못해봤던 챔스 결승을 날리는 팀이 있다면 제대로 붙었으면 해볼만 했다라는 논의를 할 가치도 없는 팀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관점을 바꿔서, 당시 바르셀로나 입장에서 밀란을 무시하고 얕잡을 정도였나를 따져보겠습니다.
- 저도 해당시즌 경기력과 세간의 평들 종합하면 바르셀로나가 정배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렇다고 차이가 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 밀란은 그 시기 최강자였던 팀 중 하나로 당장 직전시즌 챔스 준우승팀입니다. 1988-1989 시즌부터 1993-1994 시즌 당시까지 마르세유를 제외하면 챔스에서 밀란을 탈락시킨 팀 자체가 없었습니다. 참고로 바르셀로나는 직전 시즌 챔스 16강에서 CSKA 모스크바에게 떨어졌던 팀입니다.
(아무리 93-94 시즌 경기력이나 전력 평가가 바르셀로나가 우위라고 한들, 상대가 당대 가장 잘나갔었던 밀란인데 무시하고 얕볼 정도였는지 싶습니다.)
- 당시 밀란은 사키 시절 전성기를 열었던 오렌지 삼총사가 이탈하였지만, 당대 최강팀 중 하나였던 마르세유에서 파팽 (91 발롱도르 위너), 드사이, 그리고 1991 챔스 우승 핵심 멤버 중 하나였던 사비세비치 (91 발롱도르 2위), 그리고 주목받던 젊은 선수들인 보반, 렌티니 등의 보강이 이뤄졌던 팀입니다. 바로 직전 시즌 1992-1993 시즌 밀란은 오늘날 레바뮌의 원조격이라 할만큼 화려한 스쿼드를 보유하던 팀이었구요. 게다가 밀란이 자랑하던 이탈리아 멤버들은 그대로 유지되었었구요. 알베르티니는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고 있었죠. 반 바스텐의 이탈은 컸지만, 이미 그 전부터 반 바스텐 없이도 성과를 내고 있었구요.
- 바르셀로나의 자국 스페인 멤버들이 역대급이라 한들, 동시대 이탈리아 멤버들에 비해 앞선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 바로 그 다음 시즌을 보더라도, 바르셀로나는 챔스 8강에서 PSG에게 졌는데, 밀란은 4강에서 그 PSG를 3대0으로 완파하고 3시즌 연속 챔스 결승에 올라갔습니다.
* 사족인데, 개인적으로 드림팀이라 불렸던 그 당시 바르셀로나는 실제 성과에 비해 고평가되는 것 같습니다. 자국에서 4연속 우승하긴 했지만 지금처럼 확대된 챔스도 아니었던 1국가 1팀 참가하던 예전 챔스에서 (우승 / 16강 / 준우승 / 8강)이라는 결과물에 비해 더 자주 더 높게 평가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당대에 마찬가지로 자국 리그는 씹어먹고 챔스에서 성과가 더 좋았던 팀이 2팀이나 있었고 (밀란, 마르세유), 시기가 겹치진 않지만 직후 챔스 3연속 결승에 4연속 4강에 올랐던 유벤투스와 비교해보면 훨씬 더 자주, 더 높이 언급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도 공격 축구 또는 흔히 말하는 아름다운 축구 하는 팀에 대해 많은 팬들이 열광하고 언론에서 고평가하는 부분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펩시티가 거의 해마다 챔스 우승 배당 1위 하는것과 유사한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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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라우드럽은 나오지도 못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