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를 삼킨 엄마

어린 왕자에 나오는 끼리코를 삼킨 보아뱀은 아마도 소화를 하는데 꽤나 애를 먹었을 거예요

그저께 저희 엄마는 당근마켓에서 나눔으로 42인치 티비를 주워오셨어요

저희 집에 있는 티비랑 무지 비슷한 엑스캔버스 티비였는데요, 이모가 그런 티비를 찾으셨던 걸 기억해서 주워오셨다고 해요

그런데 08년식 티비는 60이 머지 않은 여자에게는 무거웠어요

평면이기야 하지만 두께도 꽤나 두꺼워서 들고오기에는 저도 힘들더군요

엄마는 무거울 걸 예상하시고 구루마를 챙겨갔어요

구루마로 끌고오면 충분히 혼자서 끌고 오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지만요, 끌고 오는 것 조차도 힘이 드셔서 도중에 저를 전화로 불러내셨어요

그렇게 절반 정도는 제가 끌고 왔는데요, 가져오고 나서가 문제였어요

가져온 다음 날, 힘을 너무 많이 쓰신 나머지 하루내내 누워서 일어나지 못하셨어요

그래서 저녁으로는 엄마가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던 이삭토스트를 제 몫까지 사오라고 하셨어요

저는 피멘토스트를 먹었고 엄마는 새우토스트를 드셨어요

저는 토스트를 맛있게 먹었지만요, 엄마는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는 토스트마저 입맛이 안 돌아서 억지로 드셨어요

그렇게 어제 하루종일 누워계시더니 오늘 아침에는 어제 드신 토스트를 뿌에에엑하고 환원하셨어요

끼리코를 삼킨 보아뱀처럼 42인치 엑스캔버스 티비는 엄마가 소화시키기에는 무리였나봐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