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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아니지만 영국 펑크의 등장에 대한 영국 역사-사회 배경 간략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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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1 15:54:13


얼마전 올라왔던 관련 질문글을 보고 최대한 음악과 연관된 것들만 간략히 써본거니까 디테일이 허접해도 최대한 이해해주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나중에 더 제대로 써봐야지.

전후 1950년대부터 영국은 양대 정당인 보수당과 노동당 모두 강력한 사회보장제도의 복지 국가를 목표로 했고 여차저차 실현하기도 했다.
또한 60년대부터 영국 사회-문화는 기존의 전통에서 꽤나 급진적이고 수평적인 변화가 이루어졌다. (청년층에서의 록큰롤의 대인기도 이 시기 주요 변화상 중 하나) 이 20여년은 합의의 시대, 관용의 시대라고 불리며 소위 진보-좌파적 발전을 이룩했던 시기였고 당연히 특히 영국의 워킹클래스, 노동자, 서민 계층과 청년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간략히 예를 들어보면 이 때 서민층의 고등 교육의 기회가 확대됐고, 성별 격차가 줄어들고, 동성애 금지법이 폐지되었으며, 사회보장제도의 수혜자들이 많았고, 비틀즈를 필두로 한 록큰롤의 전국적 인기에 음악으로 슈퍼스타가 되는 워킹클래스들의 등장 등등이다.
어찌보면 60년대부터 시작되는 영국 록큰롤 - 록 - 팝(대중음악)의 발전과 정체성의 성립, 세계화는 이 시기의 변화에 기반한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
이제 워킹클래스도, 여성도, 성소수자도 안정적인 사회보장제도하에서 고등 교육을 받고 사회 진출을 하며 음악으로든 어떻게든 성공할 수 있던 시대가 됐다. 특히 록큰롤과 록과 같은 젊은 청년들이 열광하는 음악은 이 시대의 가장 필수적이고 강력한 문화이자 현상, 성공의 길이기도 했다.
이후 록 음악이 워킹클래스를 상징하는 문화가 되는 것 역시 이 시기부터 시작된다. 또한 성별과 성정체성을 초월할 수 있는 음악이 되는 것 역시. (데이빗 보위와 엘튼 존을 생각해보자)
물론 실제 현실은 녹록치 않은 경우가 많았을테고 위에 여차저차라고 언급했듯 실제적인 문제점들이 많았지만 적어도 그 방향성과 사회-문화적 분위기에서만큼은 그랬다는 것이다.

그러나 얘기했듯, 이 시기 영국의 발전과 변화는 그 과정속에서 허점이 많았고, 결국 점차 쇠퇴로 향하게 된다. 60년대 중후반부터 영국의 경제 성장은 둔화되기 시작했고, 이 하락세는 함께 번영하는 것만 같았던 유럽에서도 단연 눈에 띌 정도였다. 부랴부랴 60년대 중후반부터 (펑크 원년인 77년까지의 10여년의 기간동안) 보수당-노동당이 번갈아가면 쌩쇼를 해봤지만 모두 실패. 앞서 언급했듯 이전의 강력한 사회보장제도에 이미 익숙해져버리고 (그 유명한 영국병), 역시 이전의 진보-좌파적 발전에 힘입어 강력한 결속력을 가지게된 당시 영국의 노동계층은 그들 개인의 사정과는 별개로 국가적으로는 뭘 할 수 없게 만드는 위태로운 구조를 만들게된다. 국가 차원에서는 경제 위기에 사회보장제도 때문에 국가재정부담이 커져서 뭐라도 해야하는데, 대부분의 국민들이 아주 무기력하거나, 매우 적대적이거나 해버리니까. 물론 상황을 여기까지 만들고 어영부영 넘어가기만했던 국가의 무능함도 원인에 빠질 수 없을 것이지만.
이 와중에 70년대 초반 전세계 선진국들을 모두 경제 위기의 충격에 빠트린 오일 쇼크까지 일어나면서, 불과 10여년전 60년대까지도 발전일로일 것만 같았던 영국은 속된말로 꼬라박게된다.

이러한 추락은 국민 모두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쳤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영국은 선진국 그 어느나라보다도 계급 사회-문화가 강한 나라였기때문에 거대한 경제 위기로 인한 고통과 충격이 계층별로 다르게 다가오기도 했다. 가장 큰 피해계층이 워킹클래스인건 뭐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이 그 치명적 타격을 받은 워킹클래스 계급 출신이며 그들을 대표했던 문화인들인 당시의 록 뮤지션들은 그 고통과 충격에 대해 음악으로 승화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류들이 있었다. 가령 핑크 플로이드의 팬이었으며 매우 사회비판적이었던 그들의 음악에 동조했지만 결국 사회를 흔들지 못하는 자기만족적 음악이라 여기며 비난했던 섹스 피스톨즈의 존 라이든이 대표적이다.
그렇게 추락한 나라에 대해 음악으로 목소리를 내던 록 뮤지션들 그중에서도 더욱 과격하고, 더욱 사회참여적이고, 더욱 선동적인 성향의 록 뮤직이 등장하게되니 그게 바로 펑크 록이다. 가뜩이나 혼란스럽고 암울한 국가 상황에 나타난 영국 펑크 록 뮤지션들의 등장과 그 신랄함은 60년대 록큰롤 이후 영국의 가장 강력한 사회-문화 현상이자 특성으로 수면위로 올라오고 완전히 자리잡게 된다.
보장과 상승의 시기였던 50-60년대에 형성된 록큰롤-록-청년-워킹클래스의 관계 구조가 추락과 충격의 시기였던 70년대에는 더욱 과격하고 더욱 사회참여적으로 폭발하게된 것이다.
펑크 원년인 77년 런던 펑크를 필두로 한 영국 펑크가 유독 사회적이고 격렬한 메시지를 가지게된 것은 이러한 역사적-사회적 배경 덕분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펑크 원년 당시의 집권당은 노동당이었고, 그 시기가 단연 최악의 흐름이 이어졌기 때문에 + 이 상황을 만들어낸건 그 전의 보수당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펑크 원년 시기의 영국 펑크 밴드들은 소위 좌우를 안가리는 모두 까기 성향이 강했다. (이전의 갤에서 있던 글과 댓글 중에 이 시기 영국 아티스트가 누구 찍었다고 밝힌걸로 그 사람 근원적 성향 파악은 어렵다고 한게 이 때문임) 어떤 진영적이 아니라, 보다 본질적으로 공격적이고 반체제적인게 당시의 펑크였다는 얘기다. 어느정도였냐면, 당대의 펑크 록커들이 적극적으로 레게 등의 음악적 요소들을 가져온 것 역시 당시 영국 사회가 문화적으로 자메이카(오랜 기간 영국 지배를 받음)와 이민자 문화를 외면하고 부정하려했던 것에 대한 반감으로 오히려 그것들을 계층의식과 함께 가져와 무장하려 했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니까.

등장 이후에 대해서도 조금 더 얘기를 해보자면 이후 영국의 펑크 록과 이후 펑크의 영향을 받은 대부분의 영국 모던 록 (펑크, 포스트 펑크, 뉴웨이브, 얼터너티브, 브릿팝 등등) 아티스트들이 여전히 그 사회성을 깊게 가지되, 보다 다양성을 가지고, 보다 진영적 성향으로 바뀌게 된 것은 79년 보수당 대처의 집권, 대처리즘의 시기 때문일 것이다.
대처리즘 시대는 전쟁에서의 승리를 포함해 영국 국가 지표상의 효율과 성장, 성과는 가져왔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영국의 워킹클래스 계층, 노동자들에게는 그들의 삶을 더욱 치명적으로 몰아세우는 것들이 있었고 (그래서 분열의 시대라고도 한다), 이에 대한 반발과 분노, 비판 등은 80년대~90년대 영국 음악에 고스란히 담기게 된다.
모두가 쓰레기였고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보다 본질적으로 파괴적이었고 무차별적이었던 70년대 펑크 원년 영국 펑크의 사회성이, 대처리즘이라는 당시 워킹클래스들에게는 공공의 적(?)이 생기고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영국 사회가 더욱 질서정연하게 굴러가게 되면서 격렬한 펑크만이 아닌 아주 다양한 방식의 음악으로 표출되게 된 것이다.
70년대 말 펑크가 본격적으로 뚫어낸 영국 사회에 대한 때로는 과격하고 때로는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 분노 등이 80년대와 90년대 수많은 영국 음악 속에 아주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더욱 다양해졌다는 얘기. 이 시기에 찰랑거리는 부드러운 기타팝에서 가사로는 사회주의를 노래하고, 통통튀는 신스팝에서 영국 계급사회-문화를 신랄하게 조롱하고 이런 것들 말이다. 뭐 대부분 록 아티스트는 파괴되고 또 몰아세워진 워킹클래스 출신이었으니까 당연하다. (혹은 사회적 약자-소수자이거나)
결국, 보다 음악적으로 집중된 등장이자 현상이었던 뉴욕 펑크를 필두로한 미국 펑크와 비교하여, 런던 펑크를 필두로한 영국 펑크는 그 등장부터 사회성을 강하게 띄우고 있고, 이는 펑크의 후계인 얼터너티브 시대 80~90년대 영국 음악들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당시의 미국 대표 밴드들과 비교하여 영국 대표 밴드들은 대부분 굉장히 사회적인 음악을 들려주거나 그러한 상황 속에 있었는데, 이런 역사적-사회적 배경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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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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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3-02-21 16:00:07

이번에도 이전에 다른 음악 커뮤니티에서 써봤던 글인데 그대로 올려봅니다 ㅡㅡ;; 때문에 반말인 점 양해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또한 해당 음악 커뮤니티에서도 지적받은 부분이지만 음악과의 연관성 + 간략화를 위해서 경제쪽은 다소 생략된 부분이 있으며 사회-정치쪽 배경 설명에 치중되어있는 점 이해해주시며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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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1 15:57:12

https://serieamania.com/g2/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10483529&series_page=5

https://serieamania.com/g2/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11611281&series_page=1

같이 읽으면 더 좋은 펑크와 영국 관련 이야기 글들입니다 ㅡㅡ;;

2023-02-21 15:58:15

펑크가 사대박이라니 타이어를 좋은걸 쓰고 도로 정비해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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