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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록스 음악은 왜 옛 느낌이 나는가? - 개러지 록 리바이벌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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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3-05-27 19:31:39

 

최근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내한이 확정되면서 스트록스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 기회에 스트록스 음악을 처음 접하고 왜 얘네 음악은 옛날 느낌이 나냐는 의견이 종종 보인다. 우선 확실하게 말하고 시작하자면, 그렇게 느낀 당신은 음잘알이다. 아티스트의 지향을 단번에 파악했기 때문이다. 다만 거기서 틀딱 느낌이 난다고 까버린다면 그건 억까이고 음알못이다.


스트록스의 음악 장르는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 / 개러지 록 리바이벌이며, 심지어 그들은 이 장르 씬의 대표이자 거대한 유행과 흐름을 주도했던 밴드이다. 해당 장르의 또 다른 히어로들 중 하나인 리버틴즈가 스트록스의 대항마로 세워지기 위해 영국에서 의도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살짝 후배 세대이자 이후 스트록스 이상의 규모로 성장하는 악틱 몽키즈가 대놓고 스트록스처럼 되고 싶었다고 얘기하는 것만 봐도 이 장르에서 스트록스의 전성기 위상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스트록스를 얘기하면서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과 개러지 록 리바이벌이라는 장르와 스타일은 뗄 수 없고 떼서도 안되는 것이다. 스트록스를 평하며 이 두 리바이벌 장르에 대해 이해 없이 얘기하는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MCU에 대해 이해하지 않고 어벤져스 시리즈를 평하는 것과 다름없다. 물론 그래도 자유지만, 적어도 온전한 감상과 이해, 평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포스트 펑크와 개러지 록은 장르명 속 리바이벌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과거의 장르이다. 포스트 펑크는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까지 전성기를 구가했으며 개러지 록은 따로 대단한 전성기가 있었다고 할만한 장르는 아니지만 60년대에 등장하여 이후 70년대부터 세계 음악계를 흔드는 펑크의 계보에서 큰 영향을 주었다. 그러니까 이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과 개러지 록 리바이벌의 아티스트들은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의 그 넓은 과거 시대의 음악들을 다시 가져와서 부활시킨 아티스트들이라는 얘기다.

이 말은 즉,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옛 느낌이 나는 것은 당연하며 말했듯 그렇게 느낀 당신은 음잘알이라는거다. 뭣도 모르고 비하로 나아가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물론 리바이벌의 아티스트들은 단순히 해당 장르를 그대로 재현하는데 그친 아티스트들이 아니다. 그랬다면 이 장르가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자 유행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나마 이 장르의 대표 아티스트들 중 가장 해당 장르의 근본을 직접적으로 재현했다고 할만한 아티스트들을 꼽아본다면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은 인터폴, 개러지 록 리바이벌은 화이트 스트라입스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들도 90년대 인디 록과의 혼합이나 본격적인 블루스 록 연주 등을 더해 단순 재현 이상의 새로운 세대에서의 부활을 성공시킨 전설적 아티스트들이다. 여기에 또 다른 대표 아티스트인 리버틴즈는 포스트 펑크와 개러지 록의 계보에 있는 7080 영국 펑크의 재해석자들로서 이 장르의 대표에 이름을 올린 이들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우리의 스트록스는, 이런 장르 대표 아티스트들 중에서도 조합과 혼합, 더하기, 재해석을 가장 기막히게 해낸 밴드라고 할 수 있겠다. 이들은 포스트 펑크와 개러지 록, 프로토 펑크와 인디 록, 얼터너티브 록 등 온갖 요소들을 가져와 자신들만의 바이브로 섞어 완성시킨 밴드다. 때문에 인터폴은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 화이트 스트라입스는 개러지 록 리바이벌이라고 딱 정해도 명쾌하지만 스트록스는 그 어느 한쪽이라도 빼면 완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이라고만 하기에는 개러지 록 리바이벌의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가 얘기하고자 한 스트록스 음악에서의 옛 느낌은 바로 개러지 록 - 프로토 펑크 이 장르들의 리바이벌 성향에서 나온다.


개러지 록은 앞서말했듯 일종의 매니악 장르로 (애초에 장르 이름부터 최초에는 조롱의 의미도 있었다고 하니 대강 알 수 있을거다) 하나의 음악 장르로서 대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장르지만, 개러지 록의 가장 큰 특성인 아마추어리즘이 이후 음악계를 뒤흔드는 펑크로 이어지며 음악사적인 의의를 지니게 된다. 펑크 원년 이전의 펑크적 음악들인 프로토 펑크를 얘기하면서 개러지 록이 꼭 함께 얘기되는 이유이다. 60년대 비틀즈와 롤링스톤즈, 더 후 등을 위시로하는 브리티시 인베이전의 폭격 이후 수많은 아마추어들이 록스타를 꿈꾸며 밴드 악기를 마련하고 차고(개러지)에 앰프를 설치한다. 그리고 (대부분 아마추어니까) 쉽고 간결한 코드 사용, 강렬함을 위해 왜곡시킨 기타 톤 (때로는 오르간 등의 60년대스러운 악기들이 더해지기도 했는데 이 점이 사용되는 이펙터와 함께 후계의 펑크와는 차별점이 되기도 한다), 단순하지만 캐치하게 들리는 멜로디와 리프와 구성, 거칠고 투박한 녹음과 사운드 등의 원초적이고 아마추어적인 밴드 음악들을 만들어 내놓았고 몇 밴드들은 원히트원더의 성공을 맛보기도 하며 개러지 록에서 시작해 전설이 된 밴드들도 존재한다. 물론 이 전설행 밴드들은 (아마추어리즘 특성에서만 그치지 않고) 사이키델릭이나 블루스, 록큰롤 같은 다른 장르의 특성을 더해 보다 완성된 음악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라 개러지 록 장르 자체가 더 거대해지거나 지속성을 가질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여튼 지금까지 얘기한 개러지 록의 대표적 음악 특성들과 유사한 장르가 생각나지 않은가? 그렇다. 바로 펑크이다. 개러지 록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아마추어들이기에 어쩔 수 없고 그래서 개성을 지니고 매력까지 가지는 아마추어리즘의 특성들은 보다 공격성과, 사회성과, 장르성, 혼합성이 더해지면서 70년대와 80년대, 90년대까지 프로토 펑크 - 펑크 - 포스트 펑크(뉴웨이브)의 과정으로 향하게 된다. DIY와 ACDI 같은 멋드러진 슬로건도 생기며 말이다. 아예 펑크와 개러지 그 둘 사이의 원초성에 보다 집중한 개러지 펑크라는 장르도 생겨났다. 이 때를 1차적인 개러지 록 리바이벌 시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후 스트록스가 주도하는 00년대 개러지 록 리바이벌 시기에 이 때의 음악들도 영향을 주었음은 물론이다.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 - 개러지 록 리바이벌 장르 대표 밴드들 중에 이 개러지 펑크의 근본을 직접적으로 재현한 밴드가 바로 하이브스다) 개러지 록은 이제 조롱의 의미에서 음악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계보 속 이름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대망의 00년대, 스트록스를 필두로 한 젊은 밴드, 아티스트들은 이 개러지 록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자신들이 사랑하고 리바이벌의 주된 목표로 잡은 7080년대 포스트 펑크와 뉴웨이브, 원년의 펑크도 당연히 좋은데, 파고들다보니 듣게된 개러지 록은 그 (펑크) 계보의 가장 위에 있으면서 시대 때문인가 아니면 가장 투박해서 그런가 묘하게 다른 멜로디 운용과 연주가 있다. 펑크 역시 아마추어리즘 음악이긴 하지만 거기에 뉴욕의 전위성이든, 런던의 사회성이든 어떤 음악적 선명함이 있었는데 (포스트 펑크나 뉴웨이브는 당연히 더 그럴 것이고), 개러지 록은 허접한 놈들이 만든 음악인데 비틀즈 따라잡고 싶은 마음에 애를 써서 그런가 의외로 그들만의 캐치함과 독특함, 그리고 시대성이 존재하고 있다. 다시 그 음악적 요소들을 가져올만한 매력이 있음에 분명하다! 그래서 하나하나 가져오기 시작한다. 멜로디든 연주든 (펑크의 캐치함과는 다른) 60년대 록큰롤스러운 캐치함, 또 펑크와는 비슷한듯 다른 기타 톤과 리프, 오르간 등의 악기 활용, 아마추어리즘의 매력을 극대화 시키기 위한 의도된 투박하고 거친 녹음 등이 00년대 새로운 젊은 아티스트들의 음악에 녹아들기 시작한다. 여기에 아티스트별로 포스트 펑크나 뉴웨이브의 성향이 함께 혼합되고 그 비율이 각각 달라지면서 같은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 - 개러지 록 리바이벌 장르로 묶이며 (음악적 지향과 그들이 사랑하고 재현하고자 하는 음악들의 계보는 같으니까!) 밴드, 아티스트마다의 음악적 개성은 각각 달라지게 된다. 마침내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자 유행이 되며 00년대를 대표하는 록 장르가 된다. 그리고 스트록스, 무엇보다 그들의 최고작이자 이 유행을 선도하기도 한 장르 최고작인 1집 앨범은 이 비율에 있어서 정말 황금비율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밸런스에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포스트 펑크스러운 리듬과 쿨함으로 가득하면서 또 어떤 부분에서는 개러지 록스러운 캐치함과 고전스러움이 뿜어져나온다.


쓸데없는 말이 길어졌다. 결론은 스트록스 음악의 옛 느낌은 명확하게 의도된 것이며, 그것이 개러지 록 리바이벌이라는 장르의 특성이자 지향이라는 얘기다. 꼬우면 개러지 록이라는 장르를 원망하고 리바이벌이라는 그들의 음악적 목표에 항의해라. 그런게 아니고 그냥 뭣도 모르고 에잉 뭐야 왜이리 옛날 노래 같음? 틀딱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건 좀 웃기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서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 - 개러지 록 리바이벌이 왜 함께 묶이는지에 대해, 또 어떤 아티스트들의 어떤 특성이 개러지 록 리바이벌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마지막으로 개러지 록이 뭔지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정답은 아님을 유념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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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OP
Updated at 2023-05-27 19:32:03

이번에도 다른 음악 커뮤니티에서 썼던 글을 그대로 올리는 것이라 반말인 점 양해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2023-05-27 20:11:54

노땅이라 옛날 느낌이라 좋음...
프로필 본인이신가요 존잘ㄷㄷㄷ

2023-05-27 20:39:37

개러지 리바이벌도 20년도 더 된 얘기라니ㅠㅠ 흑흑

Updated at 2023-05-28 02:07:17

더스트록스 좋아하는데 이렇게 글로 하나하나 읽다보니 더 구체적으로 이해되면서 너무 좋았습니다! 아마추어리즘을 좋아하고 여러 장르의 조합과 변주를 좋아하는 저의 성향상 이 밴드를 좋아하는건 필연적이였던 거 같네요 ㅎㅎ 마지막 앨범을 제일 좋아하는데 생각난 김에 찾아보니 예전 곡들에도 항상 그 특유의 개러지사운드스러운 뿅뿅거림과 거친 기타리프들이 돋보이는 곡들이 있었네요. 이런 글 계속 써주세요, 너무너무 좋습니다- ^^

OP
2023-05-28 08:05:47

앗 말씀하신 아마추어리즘 + 여러 장르의 조합과 변주 저도 너무 좋아하는데 반갑습니다ㅋㅋ 말그대로 스트록스를 필두로 이 장르 아티스트들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취향...ㅋㅋㅋ

2023-05-28 10:01:57

델바키오님 King Gizzard & The Lizard Wizard 아시나요? 저는 이 밴드가 매 앨범마다 다른 장르를 가져와서 재해석하는 부분이 재밌더라고요- 장르의 코드 사운드 악기을 가져와서 차용하듯이 쓰는데 매번 컬러도 다르고 아마추어리즘이 느껴지면서 장르적 코드를 롤플레이하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고요 ㅎㅎ
앨범마다 편차가 많이 크게 느껴지는데 몇개 좋아하는 앨범이 있어요

OP
2023-05-28 10:19:14

앗 저도 좋아하는 밴드입니다! 앨범 중에서는 Nonagon Infinity 앨범을 가장 즐겨듣는 ㅎㅎ

2023-05-28 10:53:22

오 역시 그렇군요! ㅎㅎ
저는 Sketches of Brunswick East하고 LW 앨범 좋아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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