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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DC조차도 제껴버린 한 국가의 1등 명반과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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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7 14:14:45

 

내가 예전에 여기에도 올린적이 있었던, 오지 록(Aussie Rock)과 호주 음악에 입문해보기 좋은 리스트인 호주 음악 100대 명반 리스트라는게 있다. 흥미롭게도 이 리스트에서는, 전세계적으로 매우 크게 히트한 호주 아티스트들인 Bee Gees, INXS, Kylie Minogue, Men At Work 등의 앨범들은 물론이고 음악적으로 아주 높게 평가받는 Crowded House, Nick Cave, The Go-Betweens, The Avalanches 등의 앨범들도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심지어 대중적으로도, 상업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장르적으로도 호주를 넘어 팝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성공했으며, 위대한 앨범인 AC/DC의 Back In Black도 2위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지금 소개할 이 앨범의 존재 덕분에 말이다.

이 모든 대단한 이름들과 그들의 작품들을 제끼고 호주 음악 역사상 1등 명반으로 선정된 앨범, 바로 호주의 얼터너티브 록 밴드 Midnight Oil의 Diesel And Dust라는 작품이다.


Midnight Oil을 잘 소개하는 별명 중 하나로 호주의 U2가 꼽힌다. U2의 음악이 취향에 맞건 맞지 않건 그들이 아일랜드라는 국가의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또 전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아티스트, 아일랜드의 상징 중 하나임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Midnight Oil은 이 호주의 U2라는 별명에서 보통 떠오르는 이미지의 절반만을 취하고 절반은 조금 다른 의미로 채운다. Midnight Oil은 U2만큼 전세계적 초대형 슈퍼스타이자 국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는 아니다. (이건 호주에서는 AC/DC가 맞다) 하지만 U2처럼 아니 어쩌면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사회적인 음악을 통해 세계에 자신들의, 호주인들의 메시지를 외친 밴드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적어도 호주인들에게는 U2만큼 위대한 아티스트다.

Midnight Oil이 특히 주목하여 자신들의 음악으로 세계에 메시지를 내뱉은 테마는 환경과 환경 파괴이다. 호주가 영미권 국가들 중 가장 환경 문제에 민감하고 관심을 기울이는 국가인 것을 생각했을 때 (당장 가장 최근 호주 정권 교체의 제1이유가 경제나 외교가 아닌 환경 이슈일 정도니까 어느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 음악의 환경에 대한 메시지는 단순히 범지구적이고 범인류적인 목소리만이 아닌 호주인들의 정신을 상징하는 의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들이 환경만큼이나 음악에서 많이 다루는 주제로 애버리지니라고 불리는 호주 원주민들의 인권과 그들에 대한 차별, 그들의 살아가는 지역에 대한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이 호주 음악 명반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호주인들에게 위대한 아티스트로 등극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렇게 가장 호주적인 음악, 호주를 상징하는 음악을 들려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토록 가장 호주스러운 밴드 Midnight Oil의 최고 걸작이자 전세계적으로 가장 히트한 앨범, 호주 대표 명반이 바로 1987년에 발매된 Diesel And Dust인 것이다.

(그들과 자주 비교되는 U2의 최고 걸작인 The Joshua Tree도 같은 해에 발매된 것이 참 역사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제목부터 환경적인 의미를 담고있는 이 Diesel And Dust 앨범과 Beds Are Burning, The Dead Heart 같은 대표곡들은, 호주에 이주해와 원주민들을 차별할뿐만 아니라 거대하고 경이로운 호주의 환경과 자원에 대한 파괴와 희생의 역사를 만들어온 백인 이주민들에 대한 격정적인 비판과 항의, 풍자로 가득차있는, 몹시 날 서있고 사회-정치적인 곡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호주를 넘어 미국 그리고 전세계적인 히트에 성공했다. 호주 차트 정상은 물론이고 미국 빌보드 차트 최상위에 올랐고, 앨범은 세계적으로 수백만장이 팔렸다. 이유는 당연히? 메시지뿐만 아니라 음악이 너무 훌륭했기 때문이다. 불을 뿜는듯한 기타를 명료한 멜로디가 품어주며, 그들만의 얼터너티브 사운드 구성과 호주적 정서가 칠해진다. 여기에 밴드의 프론트맨인 Peter Garrett만의 (키 193cm 빡빡 대머리라는 위압적 외모에 노래도 비범하게 하는) 독특한 개성이 더해져 Midnight Oil의 음악이 완성된다. Peter Garrett은 Midnight Oil에 합류해 밴드에 사회적 의미를 더한 인물로, 음악적으로나, 메시지적으로나, 비주얼적으로나 Midnight Oil의 아이콘 그 자체다. 그가 사회-정치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밴드를 탈퇴하고 다시 돌아오기까지 20여년간 밴드 활동이 멈췄을 정도니까 뭐. (Peter Garrett은 호주의 환경단체인 호주보존재단의 회장이었고, 심지어 호주의 환경부장관과 교육부장관을 맡기도 했다. 이들은 음악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공연과 시위 등에도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니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경력이기도 하다)

이렇게 음악도 메시지도 캐릭터도 독보적이고 강렬한, 호주를 대표하는 전설적 앨범 Diesel And Dust는 호주라는 국가의 역사와 호주 문화예술계의 역사, 그리고 팝 음악 역사에도 영원히 기록되게 되었다. 괜히 호주 음악 명반 1위로 선정되었음이 아님을 이제는 모두가 이해할 것이다.


1등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이 글에서는 Diesel And Dust 중심으로 얘기하게 되었지만, 적어도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의, Diesel And Dust와 함께 호주 음악 100대 명반에 이름을 올린 그들의 또다른 대표 명작 앨범 10, 9, 8, 7, 6, 5, 4, 3, 2, 1을 시작으로 Diesel And Dust를 거쳐 그 다음가는 히트작인 Blue Sky Mining과 Earth And Sun And Moon까지의 10여년의 작품들은 모두 훌륭하다. 무엇보다 음악적으로나 메시지적으로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어서 더욱 높은 평가를 받는다. 1987년의 성공과 의미가 절대 반짝이나 행운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 전후와 10여년의 작품들 모두가 증명하는 것이다.


그러니 개인적으로 미국과 영국 다음으로 뛰어난 음악 국가라고 생각하는 호주의 음악을, 더 나아가 호주인들의 정신을, 그리고 팝 음악 역사상 손꼽히도록 성공했으며 선명한 의미를 지니는 사회적 음악에 대해서도 알고 싶다면 꼭 이들 Midnight Oil의 음악을 들어보길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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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OP
4
Updated at 2023-07-17 14:21:17

다른 음악 커뮤니티에서 썼던 글을 그대로 올리는 것이라 반말로 작성된 점 양해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OP
Updated at 2023-07-17 14:40:58

'호주가 영미권 국가들 중 가장 환경 문제에 민감하고 관심을 기울이는 국가인 것을 생각했을 때 (당장 가장 최근 호주 정권 교체의 제1이유가 경제나 외교가 아닌 환경 이슈일 정도니까 어느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 쓰다가 예전에 세랴에서 호주 정권교체에 친중 세력이 개입했다 어쩌고 음모론 제기되고 저는 그런거 아니고 환경 문제 때문에 바뀐거다 반박하다가 린치 맞았던거 생각나서 괜히 꼴받았네요 ㅡㅡ;;

2023-07-17 14:22:55

필력과 식견에 찬사를 ..
추천 감사합니다

OP
Updated at 2023-07-17 14:40:38

부족한 필력과 식견이지만 추천 음악 들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2023-07-17 15:15:55

언제나 감사합니다 :) 새로운 음악 또 알아가네요

OP
Updated at 2023-07-17 15:37:57

미드나잇 오일의 음악도 좋고, 본문에 짧게 언급된 호주 대표 명반 아티스트들 음악도 들어보시면 Papu님 좋아하실 곡들 많을거라고 단언하며 더 추천드려봅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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