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보는 이슬람 교리와 기독교 교리의 베이스 차이
저는 무신론자입니다만 타인들의 종교를 존중해야 한다고 믿고 무신론자들 중에서 타인들에게 무신론을 강요하는 사람들을 '무신론 광신도'로 부르는 편입니다. 본인의 의견이 어떻고를 떠나서 타인의 의견들이 남에게 해가 되기 전까지는 서로 존중해주는 것이 현대 사회 윤리에 가장 적합한 사고방식이겠죠.
여튼 저는 무신론자이긴 해도 역사에 있어서 종교가 끼친 영향력을 낮게 평가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종교는 수천년의 인류 역사 내내 함께 해왔던, 그야말로 현대의 공산주의, 자본주의, 민주주의 등등의 이념들은 '따위'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인류 역사 기간 내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죠. 종교를 모르면 사실 역사를 반 쯤 모른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겝니다. 그래서 종교 교리들에 대한 공부도 꽤 많이 했던 편인데 그 결과 나온 결론은 이단, 사이비들은 정말로 억울한 소수 케이스를 제외하면 절대다수가 이단, 사이비로 사회에서 배척받은 이유가 있는 교리들을 가지고 있고 반대로 공인된 교리를 가진 정식 종교들은 대부분 사회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공통된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각 종교들의 그러한 공통점을 표출시키는 매개체가 현세지향적(유교, 조로아스터교 등등)이냐 내세지향적(여러 다른 종교들 및 대표적으로 아브라함계 종교들 -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현세를 건강하고 행복하고 평화롭게 만들기 위해서 타인에게 사랑을 베풀고 예의를 다하고 심성을 수련해야한다라는 이론이나 내세에 천국에 가기 위해서 타인에게 사랑을 베풀고 예의를 다하고 심성을 수련해야한다는 거나 결국 사회에 도움이 되는 교리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대부분의 민중들은 이렇듯이 '이해하기 아주 쉬운' 교리의 기본 베이스를 기준으로 해서 그 종교를 선택합니다. 굳이 시시콜콜하게 세부적인 종교 교리까지 파헤치고 들어가서 따져가며 종교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뭐 거의 없죠. 그래서 가끔 그러한 대중들의 시선에 의할 때에 신학자들이 펼치는 교리 논쟁은 병림픽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대중들의 생각과는 달리, 확고하고 체계적으로 정립된 교리가 없는 종교는 사이비와 이단이 창궐할 때에 '논리를 통해' 그들을 찍어누를 역량이 없습니다. 그 말은 기존 교단과 교리가 이단, 사이비에 의해 쉽게 붕괴되어버릴 수 있다는 의미인데 그 이단, 사이비가 그나마 억울하게 교리의 해석 차이만 가지고도 이단이나 사이비로 찍힌 케이스면 몰라도 신X지, JXS 등등 따위의 막장 교리를 가진 이단, 사이비라면 이게 사회적으로 끼칠 악영향은 기존 종교의 백배 천배 이상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보편종교'로 현대에 까지 군림하는 종교들 내지 그래도 '민족종교'로써 현대까지 보편종교에 밀리지 않고 살아남은 종교들은 대부분 '종교 생존'을 위해서 수백-수천년에 걸쳐서 내부 교리들을 계속해서 재정립하고 가다듬었던 편입니다. 이슬람교가 현대에 와서 욕 먹는 이유가 교리가 체계적인 것은 맞는데 그러한 개량성, 변화성이 너무 적어서 중세 윤리에는 적합할지 몰라도 현대 윤리 기준으로는 막장인 교리들이 많기 때문이죠. 물론 이슬람교에 명시된 적도 없는 명예 살인 등등 여러 악습은 후대인들이 종교 교리도 안 읽고 어거지로 끼워맞춘 거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슬람교가 가지고 있는 여러 교리들이 현대 윤리에 영 좋지 않은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이슬람교조차도 내부 교파들을 전부 포함해서 거의 세계 20억에 가까운 인구가 믿는 초거대 보편 종교임을 고려할 때에, 그리고 그들 내부 학파들이 지금도 열띈 논쟁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볼 때에(문제는 보통 한발리 학파같은 근본주의 학파가 강세라는게..) 이슬람교 역시 공인 종교로써 지속적인 개량과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겠습니다. 이슬람의 경우에는 무함마드가 보통 인간은 아니지만 적어도 신성을 가지지는 못한, '인간의 한계'를 가진 사도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들의 교리 논쟁 대부분은 '무함마드가 말했던 이론들을 지금 와서 현대 윤리에 맞춰 바꿔야 하나 말아야 하나?'에 촛점이 맞춰져 있지요.
긍정적인 방식으로 매우 진보적인(근본주의자들 입장에서는 이단 중에서도 한참 이단급인) 이슬람 학자들은 '무함마드가 최고 최후의 신의 사도라고는 하지만 그 역시 결국 신성을 지니지 못한 인간이기에 그의 이론들 중에서 틀린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 있다면 수정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우리가 예수가 선지자인 것은 인정하지만 그의 모든 이론에 수긍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그의 신성(신의 아들이자 신 그 자체)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예수가 인성만을 가지고 있기에 그의 이론에 결함이 있을 수 있다면 이는 무함마드의 이론도 마찬가지이다.'라고 말하며 이를 이슬람교가 현대 윤리에 맞춰서 바뀌어야할 논리적 밑거름으로 삼고 있지요.
물론 근본주의자들은 '빼액~! 무함마드니뮤가 최고의 마지막 선지자인거 모름?! 틀릴 리가 없음!'이라고 굴기는 합니다. 사실 이 모든 근본적인 원인은 무함마드가 기독교의 창시자인 예수에 비해서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시시콜콜한 당대 현실사회적인' 개념들까지 몽땅 건드릴 정도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교리를 직접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게 무함마드가 살던 중세 시대에야 맞는 윤리 이론들일지 몰라도 현대에까지 맞을 수는 없는 법이라는게 이슬람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인 것이죠. 아무리 창시자가 본인의 신성을 부정했다고 해도(무함마드 사망 당시 무함마드는 아랍인들이 자신의 죽음에 깜짝 놀라며 당신은 불사의 존재가 아니었냐고 묻자 '알라[신] 외에 인간 따위가 어찌 감히 불사의 신성을 가질 수 있겠느냐'라며 자신의 신성을 부정하며 죽었습니다) 교리 창시자가 시시콜콜하게 만들어놓은 세부적인 교리들이라 할지라도 창시자가 직접 창설한 것을 건드린다는 것은 종교 정통성에 있어서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죠. 그것이 이슬람교가 현대 윤리에 발 맞추기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반면 예수 그리스도의 경우에는 논지가 무함마드에 비해서 훨씬 간단하고 기본적인 것들만 건드리고 있습니다. 시시콜콜한 당대 사회 윤리(여자는 뭘 어째야하고 남자는 어떤 상황이 일어났을 때에 법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운운..)에 대해 얘기하는게 아니라 법은 당대 법대로(가이사[카이사르]의 것은 가이사[카이사르]에게 이론) 따를 것이고 자신은 신성을 가진 존재로써 어디까지나 신과 관련된, 인간이 구원받기 위해 정말로 해야하는 정말로 기본적인 것들인 '서로 사랑하라, 서로 해치지 말라, 신을 섬기라' 라는 개념들만 설파할테니 이에 따르라는 식이었죠. 그래서 사실 예수가 당대에 설파한 이론들과 무함마드가 설파한 이론들을 보면 예수의 이론은 훨씬 간단하고 '체계적이지는 않은' 주장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의 이론은 엄청난 공감을 얻었는데 그 이유는 예수의 주장들은 결국 '내세를 위한 깊은 신앙심과 사랑'이었고 이게 뭐 굳이 대단한 체계적인 이론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사실 그래서 저는 무함마드도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무신론자 기준으로 봐도 예수 그리스도는 정말로 존경할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그러고 당대 종교인들에게 눈칫밥 먹어가며 떠들어댔겠습니까. 수하들이 로마 제국이나 제국 산하의 유대 왕국 정부 및 유대교 교단 상대로 반란이나 일으킬 생각해도(이걸 예수가 진짜로 시도했으면 저는 예수는 예수가 아니라 무함마드 MK.1이 되었을 거라고 봅니다. 갑자기 행보가 정치적으로 변하는 꼴이니까요.) 본인은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라며 마땅히 신을 위해 그리고 '인간을 위해' 순교하겠다고 자처를 했는데 기독교가 엄청난 범보편종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창시자 그 자신의 태도가 세계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겠습니까.
그러나 다들 알다시피 예수가 정말로 신성을 가지고 승천을 했던 아니면 그냥 인간이었던 간에 예수는 로마 제국과 유대 왕국에 의해 '인간으로써는' 죽었는데 예수의 '승천' 이후 그의 저 기본적인 주장들을 바탕으로 그의 제자들, 그 중에서도 필두급이었던 베드로와 바오로가 체계적인 교리를 작성하기 시작하면서 기독교 교리가 '체계적'으로 진보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진보의 의미는 사회와 정부에서 이용할 수 있을만한 수준인가 아닌가와 관련된 문제이지요.
이후 콘스탄티누스 대제에 의해 초기 기독교가 공인되었고 초기 기독교 신학자들은 곧 교리 정립을 위해 엄청난 규모의, 그리고 엄청나게 긴 세월의 논쟁을 펼치게 됩니다. 테오도시우스 1세 황제 시기의 니케아 공의회, 콘스탄티노플 공의회, 테오도시우스 2세 시기의 에페소 공의회, 마르키아누스 시기의 칼케돈 공의회를 통해 초기 기독교는 그 체계를 엄청나게 체계화시키고 동시에 '분열'하였죠. 이후에도 공의회는 엄청나게 더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기독교가 이슬람교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포인트가 있었다고 봅니다. 최소한 기독교의 가장 베이스인 예수의 '서로 사랑하라, 신을 숭배하라'를 제외한 나머지 시시콜콜한 현실사회 관련 교리 체계들은 거의 몽땅 창시자가 아니라 그 후대인들이 만들었다는게 명백하다는 것이죠. 이 의미는 기독교가 지속적으로 변화했던 그리고 앞으로도 변화할 현대 윤리에 비록 늦더라도 꾸준히 발 맞춰서 개량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창시자가 만든 이론들이라면 그게 현대 윤리에 어긋나더라도 고치기 굉장히 어렵겠지만 창시자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후대 공의회에서 제정시킨 이론들이라면 현대에 새로운 공의회를 열어 그것을 논박해서 뒤집을 수 있는 여지가 '최소한 이슬람에 비하자면' 훨씬 쉬워지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는 현대에도 기독교가 뭐 개독 소리를 들으며 욕을 먹긴 해도(한국의 기독교[개신교 한정]가 좀 유별나게 이상한 측면이 있습니다. 미국식 복음주의에 한국식 민족주의가 짬뽕된 요상한 '근본 없는' 근본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죠.) 여전히 세계 최대의 교세를 유지하며 현대식으로 개량되어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영향을 주는 가장 거대한 차이점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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