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한 김에 써보는 SK 시즌 결산글
일단 히어로즈 팬분들 축하드립니다
아마 염경엽 상대로 승리라 더욱 뜻깊지 않았을까 싶고...
(업보가 많은 감독이 앉아있는 팀의 팬이란 건 참 힘드네요 ㅎㅎ)
분위기에 찬물 끼얹는 것 같아 자제할까 하다가
다들 상심하신 건지ㅠ 슼팬분들 글은 없는 것 같아 하나 조심히 남겨봅니다
작년도 참 어메이징한 시즌이었지만
올해도 다른 의미로 어메이징한 시즌이었죠
슼징징 글 쓰면서도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 했는데
결국 다 일어나고 말았네요.
2009년에 나지완 끝내기 홈런을 현장에서 보던 순간도
올해보다는 덜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두산이 엔씨 상대로 끝내기 승리 거두는 순간
슼의 시즌은 끝났다고 생각했고
다 지났으니 말씀드리지만 다가오는 플레이오프는 마치 벌칙 게임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 벌칙은 생각보다도 가혹했네요.
심지어 이만수 때 정규시즌 그렇게 무기력하다가도
가을만 다가오면 거짓말같이 살아나서
좀비 같이 변하던 선수들이
이렇게나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걸 보면서
이 팀이 제가 응원하던 팀이라는 걸
작년에 저를 울렸던 그 팀이라는 걸 납득하는 게 참 힘들었습니다.
한 게임도 이기지 못하고 시리즈에서 전패하는 것
위기만 되면 팀을 구하던 박정권이
수없는 대타 기회 다 거르고 뜬금없이 연장 마지막 타석에 좌투수 상대로 대타로 나와 무기력하게 아웃되는 것
(딴건 몰라도 이때는 감독 욕 참 많이 했습니다)
4차전 선발을 준비하던 박종훈이 결국 나올 일이 없어
시리즈 패배가 결정되기 직전에 나와 던지는 것
이 팀을 응원하면서 보기 힘들었던 일의 연속이라
충격이 더욱 큰 것 같네요
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죠
감독 한 명을 탓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야구에서 감독이 할 일이 점점 사라져가는 요즘
감독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위닝 멘탈리티라고 생각하는데
시즌 막판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그 무기력한 모습은 누굴 탓하면 좋을지...
팬들도 다들 포기했는데도 몇몇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은 너무 고마웠고
내년에 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외국인 타자가
옷이 까져가며 슬라이딩하고 파이팅 불어넣으려고 노력하는데
주장이라는 인간은 1-10으로 지는 상황에서 실실 웃고나 계시고
이런 팀이 이기는 것부터가 이상한 일이었죠
내년엔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절망적인 것은 올해보다 전력이 나아질 가망이 별로 안보인다는 것인데
감독이나 프런트나 뭔가 대책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만
뭐 그래도 처음부터 낮은 데서 시작한다면
올해 9~10월 같은
이 팀 응원하며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기는 겪지 않아도 될테니
그나마 위안일까요
아무튼 SK 팬들 수고 많으셨고
히어로즈 팬분들은 축하드립니다. 올해는 우승 자격도 충분한 전력이라고 봅니다.
글쓰기 |
07~08년 뉴욕메츠, 10년 샌디에이고, 11년 보스턴&애틀란타 같은 대참사를 크보에서도 보게 될줄은 몰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