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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축구 얘기한 김에 재밌는 점 몇 개를 써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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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10-14 00:34:04

이 동네는 아까 제가 마네랑 살라를 언급한 글에서도 얘기했었지만 전통적인 강자가 비교적 다른 대륙에 비하면 없다시피 합니다. 남미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북중미는 멕시코와 미국이라는 전통의 라이벌 구도가 존재하며 유럽이야 독일과 이탈리아가 각각 4번의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강자에 실적은 좀 떨어져도 EPL이라는 빅리그를 보유한 종주국 잉글랜드와 2회의 월드컵 우승에 빛나는 프랑스와 메이저 대회 3연패의 기록을 가진 스페인, 그리고 토탈싸커를 창시한 네덜란드 등등. 이른바 오래된 전통의 강호들이 존재하죠.

 

하다못해 아시아도 1970~80년대에 쿠웨이트가 잠깐 반짝였던 걸 제외하면 그 이후로는 사실상 사우디와 이란, 대한민국과 일본 그리고 2000년대 중후반에 편입된 호주의 5강 체제가 확고하게 굳어진 상태죠. 오세아니아는 언급하기는 민망하지만 호주가 나간 지금은 그냥 뉴질랜드만의 왕국(?)이 됐고요. 

 

 

하지만 아프리카는 좀 다릅니다. 일단 리그 구성부터 보자면 챔스가 가장 비교하기가 좋은데, 이 부분에서는 북아프리카 지역이 그냥 압도적입니다. 북아프리카 나라들 중에서 그냥 없는 수준이나 다름없는 리비아 정도를 제외하면 모든 리그들이 다 한 번씩 챔스를 우승해봤을 정도인 것은 물론이며 역대 우승 횟수 기준으로 1~5위 중 4등을 뺀 나머지 리그가 전부 북아프리카에 쏠려있을 정도입니다. 비율로 따지면 역대 아프리카 챔스 우승의 6할 가까이를 북아프리카에서 가져갔으니, 대충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시죠?

 

흔히 얘기하는 아프리카의 레알 마드리드니 바르셀로나니 하는 알 아흘리와 자말렉은 둘 다 이집트 클럽이고, 모로코 리그의 쌍두마차인 위다드와 라자 카사블랑카, 그리고 튀니지 리그의 절대 강자 ES 튀니스 같은 클럽들이 챔스를 매번 탈탈 털고 다녔기 때문인데, 제가 지금 열거한 클럽들은 모두 1980년대 이후부터 우승을 차지하기 시작했으며 지난 40년간 25번을 저 5개 클럽이 우승했습니다.

 

 

 

근데 또 골 때리는 건 4번째로 아프리카 챔스 우승을 많이 한 리그는 뜬금없게도 어디 가나나 코트디부아르, 세네갈, 나이지리아 같은 흔히 월드컵에서 봤던 나라가 아닌, 콩고 민주공화국 리그라는 점입니다. 이 DR콩고 리그에서 가장 뼈대있는 팀이라고 할 수 있는 TP 마젬베는 DR 콩고 리그의 6회 우승 중 5번을 책임졌으며, 1960년대 중후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최전성기를 누리며 1967년부터 1970년까지 4년 연속 아프리카 챔스 결승 진출이라는 진기록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가 DR 콩고 국대의 전성기와도 맞물리는데, 실제로 유일하게 월드컵에 진출해봤던 것도 1974년 월드컵이었고 1968년과 1974년에 아프리카 네이션스에서 우승하는 등 실적을 이 때 몰아서 쌓았습니다. 물론 그 이후 아프리카의 특성(???)에 맞춰 조용히 다시 변방행 테크를 탔죠.

 

하지만 마젬베는 DR 콩고 내부의 국가적 혼란 때문에 잠시 사그러들었다가 1990년대 후반부터 자본의 힘을 통해 다시 부활하기 시작해 현재까지도 아프리카 최고의 명문 클럽 중 하나로 떵떵거리고 있습니다. 챔스 우승 5회 중 3번이 21세기에 했던 게 바로 그 증거이며, 특히 2009년과 2010년에 2년 연속 챔스 우승을 달성하고 2010년 클럽 월드컵에서 북중미 챔피언인 멕시코 클럽 파추카와 남미 챔피언인 브라질의 인테르나시오날을 격파하고 클럽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남미 vs 유럽 결승전 구도를 깨버리는 파란을 낳았죠. 물론 결승전에서는 인테르를 만나 완파당했지만 아무튼 나름대로 큰 역사를 썼던 셈입니다.

 

이렇게 DR 콩고가 마젬베를 앞세워서 나름 중앙 아프리카 축구를 대표하는 느낌을 주지만 사실 국제대회에서의 업적과 배출했던 선수들의 위상을 감안하면 카메룬을 빼놓을 수가 없기는 합니다. 아프리카 역대 최고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에투부터 로저 밀러와 명수문장 은코노 등등. 현재도 아프리카에서 가장 스쿼드가 좋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히죠. 더불어 성적이야 말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1980년대부터 나름 일정하게 월드컵에 이따금씩 모습을 드러냈고 아프리카 대륙 최초 8강부터 아프리카 네이션스 5회 우승까지. 국대 기준으로만 보면 가장 꾸준했던 건 단연 카메룬입니다.

 

여기에 아프리카 챔스 우승도 카메룬 리그 팀에서 무려 5번이나 나왔다는 걸 감안하면 오히려 DR 콩고보다 나은 거 아니냐? 라고 물으실 수도 있는데 이게 정말 기록만 보면 그럴싸해보이는데 다 옛날 일입니다. 저 5번의 우승 기록들은 앞서 제가 말씀드린 저 북아프리카 팀들의 난(???)이 일어나기 전에 우승한 기록일 뿐이고 1970년대 이후로는 그딴 거 없습니다...


  

반대로 1990년대부터 국대 성적이 비교적 가장 꾸준했다고 할 수 있는 나이지리아의 경우 리그가 그리 강하지 못합니다. 이런 나이지리아는 물론이고 전체적으로 서아프리카 나라들이 대체적으로 그러한 편인데 가나부터 코트디부아르, 세네갈, 말리 등등 전부 다 1960~70년대에나 챔스에서 힘을 썼지 정작 국대의 전성기가 찾아왔던 것과 자국 리그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시피 했습니다. 사실 인재들이 애시당초에 언어도 통하고 환경도 훨씬 좋은 불란서라는 선택지가 있어서 빠르게 나가버리니 자본도 북아프리카에 밀리고 인재도 2티어급들만 남을테니 당연히 리그가 발전하기 어려운 환경이기도 하죠.

 

오히려 저런 점들 때문에 2000~2010년대에 아프리카 내에서 유명 선수들을 앞세워 국제대회에서 방귀 좀 뀌던 팀들이 국내 리그 기준으로 보면 힘을 못 쓰게 된 셈인데, 이와는 반대로 위에 제가 언급한 마젬베 같은 경우에는 DR 콩고 선수들이 클럽 월드컵 결승 진출 당시에도 거의 대부분이었습니다. 이집트야 뭐 지금도 살라나 엘네니 정도를 제외하면 국내파가 주류고,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리그의 강호로 꼽히는 튀니지 같은 경우에도 최근에는 해외파가 더 많아지긴 했습니다만 유명 선수가 별로 없는데 꾸준히 월드컵에 나오고 그 스쿼드를 파보면 핵심 선수들 중에 자국 리거가 꽤 많았습니다.

 

반면에 서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 2006년 월드컵 스쿼드 기준으로 서아프리카 대표팀들의 스쿼드 면면을 보면 가나는 국내파 4명, 토고는 국내파 1명(후보 골키퍼), 그리고 코트디부아르는 0명이었습니다. 북아프리카도 사실 과거보다는 국내 리거가 스쿼드에 현저히 더 적은 편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이것보다는 대체적으로 많더라고요.

 

아무튼 이런 걸 보니 경제사정이 좀 괜찮은 편은 나이지리아는 좀 별개로 치더라도 가나나 코트디부아르, 토코, 말리, 세네갈 같은 나라들은 세대마다 왔다리갔다리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실제로 세네갈은 지금이야 황금세대다 얘기를 하지만 2002년에 잠깐 반짝했던 걸 제외하면 갭이 좀 심했고, 가나는 꾸준히 좋은 선수들은 많았지만 기안의 은퇴 이후에는 국대가 꽤 많이 휘청거리다가 이번에 기적처럼 월드컵에 나간 케이스죠. 코트디부아르도 투레 형제와 드록바 이후는 선수들의 퀄리티는 준수하다지만 성과는 물음표고요.

 

특히나 본래는 아프리카 출신이지만 유럽에 정착해서 살거나 아예 이민을 가서 유럽에서 태어나 축구를 시작해서 살다가 국대를 위해 연어처럼 리턴하는 케이스들이 요즘 들어서 특히 더 많이 나오죠. 당장 이번에 월드컵에서 우리와 붙는 가나만 해도 가나 혈통 선수들 찾아다니면서 설득했었고요. 이게 보면 참 재능이 많다고 넘길 수도 있는데 그만큼 유출이 많다는 뜻도 되니...물론 북아프리카에도 지단 같은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경제적인 여건부터 여러 축구 관련 환경이 북아프리카가 더 낫기는 합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남아프리카와 동아프리카가 남는데, 동아프리카는 일단 이 쪽에서는 성과가 비교적 약한 편입니다. 사실상 예전에 우간다와 수단이 볼 좀 찼던 걸 제외하면 그냥 언급하기가 뭐한 수준이고 당연히 우승 기록도 없는지라 넘어가겠습니다. 사실 여기는 축구가 문제가 아닌 것 같은지라.

 

 

사실 남아프리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는 당연히 월드컵도 개최해본 남아공이겠죠. 배출한 선수들도 에버튼에서 뛰었던 피에나르나 한 때 유럽에서 빼어난 활약을 보여줬던 공격수 매카시와 수원에서 뛰는 라스 등, 제법 이름을 알 법한 선수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남아공 외에도 은근히 살짝살짝 모습을 드러낸 나라들이 몇몇 있는데, 미친 독재자가 나오기 전에 나름 준수했던 짐바브웨와 2012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했던 잠비아, 에우제비오의 고향인 모잠비크와 2006년 월드컵에 깜짝 등장해 포르투갈, 이란, 멕시코가 속한 조에서 3경기 2실점이라는 짠물수비를 보이며 깊은 인상을 줬던 앙골라 등등.

 

하지만 저 나라들이 남아공 리그를 따라갈 수가 없는 건 기본적으로 나라 자체의 체급, 그니까 자본의 규모가 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남아공 리그는 제법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고, 그 중에서도 올랜도 파이레츠 같은 팀은 8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카이저 치프스와는 50년 가까이 되는 라이벌리를 자랑하죠. 하지만 근래 들어서 남아공 리그를 넘어 아프리카 리그에서도 주목받을만한 돌풍을 보였던 팀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마멜로디 선다운스 라는 팀입니다.

 

위 사진에 나오는 저 노랭이 유니폼의 팀이 바로 그 마멜로디 선다운스인데, 모자 쓴 흑인 형님이 바로 이 마멜로디 선다운스의 역사를 새롭게 써낸 아프리카 최고의 명장 중 하나인 피쵸 모시마네 감독입니다. 마멜로디 선다운스는 앞서 언급했던 DR 콩고의 마젬베와 좀 흡사하면서도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는데, 팀 자체는 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었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보였던 엄청난 상승세의 배경에는 바로 강력한 자본의 뒷받침이 있었던 거죠. 

 

마젬베의 경우 DR 콩고의 광산업자로 잘 알려져 있던 카툼비의 인수 이후 본격적으로 부활의 걸을 걷기 시작하며 오늘날 다시 아프리카 축구하면 떠오르는 명문으로 일어섰고, 마멜로디 선다운즈는 남아공 여당인 아프리카 민족회의에도 깊은 커넥션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광산 재벌 파트리스 모셰페의 후원으로 확 날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둘 다 부의 원천이 광산업이라는 게 재밌죠?

 

아무튼, 마멜로디 선다운즈의 경우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착실히 강호의 이미지를 쌓았지만 지금처럼 남아공 리그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됐던 계기는 단연 명감독인 피쵸 모시마네의 부임 이후부터였습니다. 8년간 팀을 지휘하며 2016년 아프리카 챔스를 포함해 총 11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팀의 위상을 바꿔놨고, 이후 이집트의 알 아흘리에 부임하면서 아프리카 챔스 2연패를 달성하며 아프리카 챔스만 총 3번 우승하는 업적을 달성했죠. 최근에는 전통의 강호지만 지난 시즌 충격적인 강등을 당한 사우디 리그의 알 아흘리에 부임하며 아시아 리그에 도전장을 던진 상태입니다.

 

쓰다보니 엄청 글이 길어졌는데, 정작 선수들을 개별적으로 리뷰하면서 국대에서의 업적 얘기를 하려고 했던 건 다음 글에나 써야겠네요 

 

아무튼 이상 긴 뻘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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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2-10-01 08:59:23

아프리카 챔스는 최근에도 연패 기록이 좀 있나보군요

OP
2022-10-01 17:34:01

몇번 있습니다 ㅋㅋㅋ

2
2022-10-01 09:08:57

2010년대 초반에 가나에서 1년정도 살았는데
당시에 박지성이 한국선수의 상징이자 최고의 인기스타였던거처럼
가나축구선수 에시앙이 인지도가 최고라서 당연히 인기가 1등인줄 알았는데
가나사람들은 의외로 에시앙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던 기억이 있네요.
에시앙이 부상핑계로 국대에 차출되는걸 거부했다는 인식이 널리 깔려있어서 그런지
문타리나 기안이 엄청 인기스타라서 특이하게 생각했네요.
그리고 가나 사람들은 기안을 지안이라고 발음하던갓도 기억나고요ㅋㅋ

OP
2022-10-01 17:34:34

국대에서의 기안은 따라오기가 힘들 겁니다. 기안이 월드컵 3번 뛰는 동안 에시앙은 1번 뛰기도 했고요.

1
2022-10-01 09:33:36

이집트는 아프리카챔스나 네이션스컵에서는 잘하는데 왜 월드컵은 못 나가는지...

2
Updated at 2022-10-01 10:13:38

아프리카는 아무래도 자체적으로 좋은 선수를 키워낼만한 시스템이 갖춰진 국가가 드물고 어릴 때 유럽에 나가서 성공한 선수들에 의존하다보니 몇몇 특출한 선수들이 등장하면 떴다가 금방 지는 케이스가 많은 것 같네요 그래서 월드컵 출전국도 매번 바뀌는.. 물론 이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예선 시스템 탓도 크지만
지난 세대 코트디부아르나 가나는 그런 선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한 케이스 같고 지금 세네갈이 그렇고...

1
2022-10-01 10:20:13

첫줄만 보고 반말하시는줄....

1
2022-10-01 11:58:30

fm에서 k리그 할때 자계 유망주 긁어오라고 스카우트 보내면 콩고 생성 유망주 많이 나옵니다 ㅋㅋ

OP
2022-10-01 17:35:35

그거 어릴 때 데려와서 귀화시키고 또 다른 외국인들 데려오고 했던 거 본 적 있네요 ㅋㅋㅋㅋ

1
Updated at 2022-10-01 17:39:41

그렇게 하고 싶은데 잘 안버텨지던… 결국 이적료 더 받고 팔아버림 fm도 2012 이후로는 즐기질 못했네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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